미국을 방문중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0일(한국시간) 방미 마지막 일정으로 시카고 교민들을 초청, 간담회를 갖고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등 방미 성과를 자평하면서 향후 국정운영 구상을 밝혔다.

이날 김 대통령의 동포간담회에선 이정빈(李廷彬) 외교장관을 비롯한 공식수행원과 정균환(鄭均桓) 총재특보단장을 비롯한 특별수행원과 현지동포 등 450 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김 대통령은 박균희 한인회장의 인사말을 듣은 뒤 50여분간 연설을 했으며 참석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았다.

다음은 김 대통령이 교포간담회를 통해 밝힌 방미 성과 자평과 남북관계 등 현안에 대한 구상을 분야별로 요약한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 나는 부시 대통령 취임이후 아시아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한반도 문제 및 경제협력 등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에 왔다. 남북문제에 있어 한국이 북한과 관계하는데 부시 대통령은 전면적으로 지지했다. 햇볕정책을 지지했고2차 남북정상회담에 기대를 표시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이룩한 남북관계 업적도 평가했다. 부시 대통령은 한편으로 북한에 의문점도 표시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외교정책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과거 클린턴 정부의 (대북) 정책을 그대로 계승할지, 어떤 변화를 줄 지 결정이 안됐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에 나를 만나 그런 결정을 하는데 참고가 될 것이다. 한.미 양국이 대화하고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그런 정책을 도출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대북 정책 및 북미관계 = 나는 분명히 북한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지도 유화정책을 취하려고도 않는다. 한미동맹을 굳건하게 유지하고 한.미.일 공조도 계속해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북한이 변화하려 하고 미국과 관계개선을 하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이 테러국 지정을 해제해주고 경제지원을 권고할 때 북한은 국제적으로 IMF(국제통화기금)와 세계은행으로부터 원하는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이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면 군사적으로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래서북한은 개방하려 한다. 이것은 북한에게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생존의 문제다. 이점을 부시 대통령에게 분명히 말했다.

우리는 북한에 일방적으로 요구해서도 안되고, 일방적으로 줘서도 안된다. 북한이 제네바 협정을 지키고 미사일 개발을 완전히 포기하고 남한에 무력도발도 하지않는다는 것을 믿게 하면 그 반대급부로 우리와 미국도 북한의 안정을 보장해 주고,북한에 상당한 정도의 합리적 경제지원을 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에 나와 국제사회의일원으로 참여하는 것을 지원해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3개는 주고 3개는 받는 포괄적 상호주의를 해서 한반도가 영원히 전쟁의 위협이 없고 남북한이 다 잘 수 있어야 한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 = 북한은 절대로 전쟁을 해서는 안된다. 북한은 적화통일할 생각을 꿈에도 해서는 안된다. 우리도 흡수통일을 해서는 안된다. 한편으로는 안보를 튼튼히 하고 한편으로는 대화를 하겠다.

2차 정상회담을 하면 1992년 남북합의서의 불가침 합의가 있다. 여기에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무력으로 침략하지 말자, 군축하자, 군사공동위.군사직통전화를 가설하자고 돼있다. 이것은 아직 살아있다. 숨을 불어넣으면 다시 살릴 수 있다. 2차 회담에서는 우리 민족의 장래를 위해 어떤 일이 있어도 전쟁을 하지 말고 평화의 길로나아가자,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그런 협상을 남북간에, 북미간에 하도록 대화를 해볼 것이다.

▶한국의 경제개혁 및 통상 문제 = 이번 방미에서 미국의 재무장관, 상무장관,무역대표부 대표를 만났고 IMF(국제통화기금)와 세계은행 총재도 만났다. 이 분들이한국의 경제개혁을 대단히 높이 평가하고 격려해 줬다. 부시 대통령과의 공동성명에서도 한국의 개혁, 개방을 지지하는 조항을 넣었다./시카고=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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