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어린이들에 대한 음악 기초교육에서 모범을 보이고 있다는 평양시 붉은거리 제1유치원의 청음(聽音)교육은 이색적이다.

이 유치원에서는 각 음이 울려퍼질 때마다 토마토(도), 레코드(레), 미역(미),화분(파), 솔 음표(솔), 라디오(라), 씨름(시) 등이 그려진 카드를 분주하게 따오는 어린이들을 볼 수 있다.

최근 위성중계된 조선중앙텔레비전에 따르면 글자를 모르는 만 5세 어린이들이다니는 이 유치원 ‘낮은반’(취학 대비반인 ‘높은반’은 만6세)에서 청음교육을 위해 마련한 ‘포도따기 놀이’이다.

청음교육 차원에서 원아들이 서로 어깨를 짚고 달리다가 긴 소리가 울리면 기차처럼 길게, 짧은 소리가 울리면 몇몇이 짧게 서는 ‘기차놀이’도 이뤄진다.

대수롭지 않은 것 같지만 ‘청음교육 놀이’를 만들어내기까지 붉은거리 제1유치원 교양원(교사)들은 10여년 간 시행착오를 겪었다.

평양음악무용대학을 졸업하고 피아노 연주가로 10년, 유치원 교양원으로 30여년일해온 김순일씨가 기울인 노력은 특히 주목된다. 그는 7가지 색깔로 음을 구별해 가르쳐보기도 했고 크고 작은 7마리의 동물을 이용했는가 하면 아파트 계단을 가지고 설명해 봤지만 어린이들의 이해를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어린이들은 비슷한 색 때문에 음계 구분을 몹시 힘들어 했고 동물도 분간하지못했는가 하면 계단식 교육의 경우 ‘미’에 해당하는 오선의 맨 아래 줄을 ‘도’로 착각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행착오 끝에 개발된 ‘포도따기 놀이’는 가만히 앉아서 공부만 하라면 지루해 하는 어린이들에게 청음능력을 짧은 기간에 가르칠 수 있다고 김 교양원은 설명했다.

그는 “글도 모르는 낮은반 어린이들이지만 이렇게 그림을 보고는 그 첫 글자를생각해 내며 그것을 음 이름으로, 또 오선 어느 자리에 있는가를 잠깐 사이에 기억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교양원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3만4천여점의 교편물을 만들고 이를 이용하는 200여종의 음악놀이를 창안했다.

현재 유치원에서는 하루 10분 가량 청음교육을 하지만 높은반의 교육 내용인 음이름 익히기와 반음(半音) 청음교육이 낮은반에서 모두 끝난다.

중앙TV는 김 교양원의 덕분에 붉은거리 제1유치원은 ‘전국 유치원 어린이들의예술축전’에서 언제나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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