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 포용정책과 남북 문제 해결에 있어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얻어냈다고 자평한다. 이는 화해·협력에 초점을 맞춘 기존 대북정책의 기조와 방향이 그대로 유지될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란 설명이다(통일부 당국자).

그러나 북한에 대한 한·미 인식 차이는 우리 정부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다. 우선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북한이 취해야 할 ‘가시적 조치’를 얻어내는 일도 포함된다고 할 수 있겠으나, 북한으로부터, 그것도 부시 행정부가 인정할 만한 수준의 ‘가시적 조치’를 얻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북한이 ‘합의사항’을 투명하게 이행하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미국측 요구나, 남북관계 진전에 관한 모든 것을 미국과 협의하기로 한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라는 평가이다. 당장 현안인 전력지원 문제부터 꼬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전략물자’라는 이유 등으로 전력지원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추진하려는 ‘평화선언’도 영향을 받을 것(고유환 동국대 교수)이란 지적도 있다. 미사일과 핵에 대한 검증과 재래식 무기에 대한 ‘우려’ 해소없이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들이 결국,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의 속도에 영향을 줄 것이란 지적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김대중 대통령의 스타일로 보면, 결코 미국을 의식해 남북문제를 수동적으로 풀어가진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당국자는 “임기내 남북연합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둔 김 대통령이 오히려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적극적인 공세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조기에 성사시키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동용승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김 위원장의 답방이야말로 미국 등의 우려를 씻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카드라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우리의 의지대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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