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대중·부시 두 대통령은 우리의 대북정책과 한반도문제에 대한 양국공조의 강화를 비롯한 기본틀에는 합의했다. 부시 대통령은 김대통령의 대북정책과, 남북문제에 대한 김대통령의 주도적인 역할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새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문제의 기본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노출돼온 일련의 불확실성과 혼미상태가 이로써 일단 정리됐다고 할 수 있다. 다시말해 미국은 북한을 이라크나 리비아처럼 다룰 생각이 아님을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두 정상간 신뢰구축」이라는 우리측의 얘기와는 별개로, 김대통령의 기존 대북정책과 전략방향의 실제에서 한·미간에는 적잖은 거리가 있음을 아울러 드러냈다. 이는 김대통령이 그동안 주도해온 햇볕정책에 대한 부시 정부의 「각론」에 이르러서는 앞으로 상당한 조정이 필요하고 때로는 새로운 갈등이 발생할 소지마저 예감케 하고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현재의 북한정권에 대한 기본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회담에서 김대통령은「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변화하고 있고, 앞으로 상당 부분 변화할 것」이라는 낙관적, 긍정적 견해를 거듭 제시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김정일 정권에 대한「회의적」견해를 거리낌없이 드러냈다. 미국측은 미사일 문제 등 북한과 관련한 모든 문제나 협상에서「투명성」확보 및 이를 위한「검증」절차를 강조했다. 그동안 우리측 햇볕론자들이「상호주의」를 배격하면서 말해온「선공후득」과는 정반대의 접근법을 제기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솔직한 생각이) 매우 중요한 참고의 말씀이 됐다』는 김대통령의 언급은 서로 「다름」을 시인한 것이다. 김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한·미간「현명하고 강력하며 일관된」공조를 강조한 부시의 언급도 비중의 차이를 느끼게 한다.

다시 말해「햇볕」은 북한에 대한 투명한 검증을 전제로 「엄격한 한·미공조」체제 속에서 그 속도와 방향 조절이 돼야 한다는 것을 못박은 것이다. 그만큼 김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새로운「견제요인」을 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앞으로의 남·북한, 미·북 관계 발전은 무엇보다도 북한정권이 얼마나 투명하게 변화와 평화의 길로 나아갈 것이냐에 직결될 것이다. 북이 그렇게 나온다면 미국은 파월 국무장관이 의회에서 증언한대로 「클린턴 정부 시절의 미·북협상 당시의 유망한 요소」를 바탕으로한 대북관계 개선의 길로 나오게 될 것이다. 이번 회담은「북한의 진정한 변화」의 확인작업을「김대통령 햇볕정책」에 맡긴 셈이 됐으며 한국의 대북방향은 김대통령이 미국의 접근법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에 향배가 갈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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