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와 관련, 뉴욕 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은 6일 대북 정책에 관해 서로 상반되는 입장의 사설을 실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다음은 이를 요약한 것이다. ( 편집자 )

월스트리트저널..."대북 유화책 한-미안보 위협"

부시 대통령에게는 한·미 정상회담이 중요 외교정책에 관한 첫 시험대다. 김 대통령은 이번 주 부시를 설득해 클린턴이 취해온 대북 유화책을 지속시키려는 희망을 갖고 워싱턴에 도착한다.

식량 지원이나 외교적 유인책을 통해 평화를 사들이고, 궁극적으로는 통일까지 달성하려는 김 대통령과 클린턴의 대북 유화책은 클린턴·김의 논리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 유화책의 일부가 한·미 모두에 안보상의 문제를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클린턴이 임기 막판에 타결을 시도한 미사일 협상은 북측에 위성발사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었지만, 이 기술이 예컨대 시애틀을 겨냥하는 미사일 발사에 이용될 수 있다는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반대로 협상 타결이 무산됐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부시에게 이 협상을 되살리도록 요청할지 모르며, 우리는 부시가 이를 거부하길 바란다.

부시 대통령은 김 대통령에게 지난 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72년의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을 「강화」하려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 한국인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묻기를 원할 수 있다.

부시가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를 구축하려는 것은 한국과 같은 우방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김 대통령도 ABM 협정이 NMD 구축의 걸림돌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는 점에서 (이 공동성명은) 유화책이 도를 훨씬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조선일보는 금요일(2일) 한국의 고위 관리 말을 인용해 북한이 98년이래 중거리 미사일 노동1호의 보유량을 늘리고, 99년에 발사 중단을 약속한 대포동2호 미사일의 엔진을 시험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국방부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실이 언론에 새나갔다는 것만으로도 한국 내에서조차 김 대통령의 유화책에 대한 이견이 있음을 나타낸다.

또 다른 안보상의 문제는 북한 핵 동결의 대가로 경수로 2기를 건설해 주기로 한 협정에서 비롯된다. 김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이 지난 94년에 클린턴 행정부가 체결한 핵 합의를 수용하고 활력을 넣어주길 바랄 것이다. 우리는 대신 부시가 북한측에 핵사찰을 비롯한 약속을 준수하라고 요구하기를 바란다.

부시 대통령으로선 정상회담 이후, 경수로 건설 합의 전반을 재검토하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 북한에 전력을 제공하는 더 안전한 대안들이 있으며, 북한의 송전체계가 원시적이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소를 다루지 못할 수도 있다.

부시 대통령은 또 대북정책의 코스를 바꿀 경우 초당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다. 지난 금요일 하원의 양당 중량급 의원들은 『대북 정책을 다듬는 대통령의 능력을 편견으로 볼 어떠한 약속도 외국 정부에 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부시에게 보냈다.

한국인들의 통일에 대한 열의는 이해할 만 하다. 그러나 한국에 미군 3만7000여명이 배치돼 있고 북한의 미사일이 서울 뿐만 아니라 일본과 미국까지 겨냥하고 있어, 북한과 기술을 얼마만큼 공유해야 하느냐는 데는 미국도 이해관계가 걸려있다. 개방하기 보다는 차라리 주민이 굶어죽는 것을 보겠다는 정권은 더 많은 플루토늄이 필요한 국가는 아니다.
( 정리=이철민특파원 chulmin@chosun.com )


뉴욕타임스지..."한반도 해빙 함께 손잡아야"

미국의 뉴욕타임스지는 6일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사설(‘한국 지도자의 방문’)에서 “7일 정상회담은 의례적인 것 이상의 회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은 냉전의 마지막 전선에서 긴장을 더 완화시키는 기회를 탐사하기 위해 함께 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타임스는 “아시아 지도자 중 처음으로 부시 대통령을 만나는 김 대통령은 북한과의 해빙을 고무하는데 헌신해 왔다”며 “ 이런 노력의 궁극적인 성공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작년 6월 한국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 김정일 간의 회담에서 상징되듯이 상당한 진전이 이뤄져 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백악관이 김 대통령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지지한다는 확답을 주지 않으면, 남북한 간의 반 세기 이상에 걸친 군사적 대치를 끝맺을 수 있는 가능성은 증발될 수 있다”고 타임스는 지적했다.

타임스는 “북한의 침략저지를 위해 3만7000 여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은 한반도 긴장완화에 강력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며,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는 협상 의지가 있는지를 조사해 보아야 한다”며 “이 문제에 관한 합의가 없으면 북한은 조만간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할 것이다”고 말했다.

타임스는 “부시는 전임자가 이룬 진전을 평가하고 검증 가능한 미사일 협정을 매듭짓기 위한 회담재개를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리=이철민 뉴욕특파원 chulmin@chosun.com )



키신저 WP紙 기고 "한국 배제한 美-北 접촉 위험"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전 미 국무장관은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 6일자 워싱턴포스트에 대북 정책에 관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글을 기고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 요약.

김대중 대통령의 이번 워싱턴 방문은 아주 적절한 시기에 이뤄졌다. 지난 세기 동안 아시아에서 일어난 각종 위기의 한 가운데 있었던 한국이 새롭고 보다 안정된 아시아 질서의 도래에 중추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1950~51년 북한과 중국의 침공을 겪은 이후 지구상에서 가장 철저한 공산주의 정권과 대치해온 한국은 지난 클린턴 행정부 시절 수개월간 급작스러운 해빙을 맞았다. 남북의 지도자가 만났고, 올브라이트(Madeline Albright) 미 국무장관이 방북했으며, 클린턴 전 대통령도 북한을 방문할 뻔했다. 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

북한의 장기적 목표는 전쟁이 아니라, 남한 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 간의 공조 관계를 허무는 것이었다. 즉 서울을 고립시켜 북한을 한반도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통성 갖춘 대표로 만드는 것이다. 북한의 개방화를 위해 모두가 평양으로 달려가는 현 상황은 오히려 김정일로 하여금 ‘서울 고립’이라는 전통 정책으로 돌아가게끔 유혹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남한과의 직접 대화 없이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믿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의 이번 방북은 미국과 한국의 전략을 조율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양측이 어떤 합의에 이르든 두 가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첫째, 한반도의 안정에 핵심적인 사항은 미국이 북한과 친선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동맹하는 것이다. 둘째, 남·북한 협상에서는 반드시 남한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양으로선 워싱턴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다른 곳 아닌 바로 서울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확신해야 한다.

한반도는 주요 열강들의 이익이 부딪치는 곳이다. 중국과 일본은 한반도의 신속한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 통일한국이 자국 안보에 잠재적 위협 요소가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이유로 한반도 문제의 협상은 철저히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 또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이해관계가 걸린 각국들에게도 협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 정리=신용관기자 qq@chosun.com )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