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출신 첫 교사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지난 97년 시부모와 남편 등 가족 8명과 함께 남한으로 귀순한 천정순 (천정순·36)씨. 북한에서 11년 동안 수학교사로 재직했던 천씨는 『남쪽 학생들에게 수학 지식은 물론, 북한 생활과 통일 문제를 가르치는 「통일교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천씨는 최근 서울시교육청 지정 평생교육시설인 성지중·고교에 교사로 채용됐다. 성지학교는 중도에 학업을 포기했거나, 배움의 기회를 놓친 주부, 청·장년층에게 중·고교 과정을 가르치는 비정규 교육기관이지만 같은 학력을 인정받는 곳이다.

천씨는 7일 탈북 4년 만에 처음으로 교단에 서게 돼, 「집합과 명제」를 가르쳤다. 남한용어에 완전히 익숙하지 않아 「집합」 대신 「모임」이라는 북한용어를 한 두번 썼지만 첫 수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천씨는 『남한의 수학 교과과정이 북한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별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86년 북한 김정숙사범대학 수학과를 졸업한 천씨는 탈북 전까지 양강도 혜산시 봉흥고등중학교에서 근무했다. 남한에 정착한 뒤 이렇다할 직장도 없이 생활하다 작년 4월 보험설계사 일을 시작했지만 몇달 가지 못했다. 그의 사정을 알게 된 서울 양천경찰서 보안계의 조정연(51) 경위가 성지학교의 김한태 교장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남한 교사자격증’이 없는 천씨는 시교육청 지원금(50만원)을 받지 못해 38만원의 강의료를 받는다./김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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