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의 자금고갈로 좌초위기에 몰린 금강산 관광사업은 이제 현대 자체의 힘으로도 더 이상 끌고나갈 수 없는 막다른 단계에 온 것 같다.

이에 따라 현대아산은 최근 몇몇 은행에 대해 기백억원의 자금지원을 긴급히 요청한 데 이어 통일부 등 정부 각 부처에 대해서도 금강산 입산료의 대지급 등 갖가지 지원책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보도에 대해 우리는 정말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근 금강산 사업의 파탄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났다. 지난 2년여에 걸친 금강산 관광사업의 누적적자로 자본금을 이미 완전 잠식당한 현대아산은 자금난에 쫓긴 나머지 2월분 관광료를 약정금액의 6분의 1 수준인 200만달러밖에 북에 보낼 수 없었다. 금강산 관광 지급금 축소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방북한 현대아산 최고경영진은 “금강산 관광사업 대가는 계약사항”이며, 따라서 “…지급금 감축은 안 된다”는 북측의 단호한 거절의 답변만 듣고 빈손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가 정부와 금융기관에 대해 마치 빚이라도 있는 양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을 보면 이 관광사업에 관해 정부와 현대 간에 당초 ‘비밀 지원약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갖게 하고 있다.

현대측이 돈주머니로 거론하고 있는 남북 경협자금은 부실기업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조성한 돈이 아니다. 또 그나마 공적자금으로 가까스로 버텨나가고 있는 은행들이 어떻게 전혀 사업전망이 없는 부실기업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인가. 모두가 결과적으로 국민부담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장전항에 건설해 놓은 부두시설을 담보로 대출해달라는 요구도 황당하기 그지없다. 수익성을 따지지 않고 헤프게 퍼주어 끝내 모그룹까지 부실화하고 있는 사업이라면 그 사업은 근본부터 다시 따져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 남쪽의 경제와 안보다./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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