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다 추방된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볼러첸(43) 씨는 5일 북한의 실상을 폭로하는 회견을 하고 남북 화해에도 불구, 북한의 어린이들은 여전히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으며 대규모의 억압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볼러첸씨는 이 회견에서 남북한의 통일을 외교관들에게 맡겨둘 경우 10년이나 그 이상이 걸리며 그동안 북한의 인도적 참상은 헤아릴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 구호기관들의 지원으로 북한의 식량난이 완화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수도에서는 상황이 나아지고 있으나 시골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볼러첸 씨는 북한에서 활동하던 초기에 화상 환자에 대한 이식수술을 하면서 자신의 피부 일부를 기증해 북한 당국의 신임을 얻었으며 훈장과 함께 언론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양 외곽을 운전할 때는 이 훈장을 내밀고 군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었으며 굶주려 죽은 어린이들의 시신이 묻혀있는 작은 마을의 무덤들을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병원들이 약도, 주사기도, 살균제도, 전기도, 물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볼러첸 씨는 북한의 수용소에서 20만명이 비참한 상황속에 수용돼 있다는 보도내용을 확인해주지는 못했지만 어리게는 8살의 소년들이 지난해 노동당 창설 55주년기념으로 착수된 55㎞의 도로 건설을 위해 망치로 바위를 깨뜨리는 것은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99년 10월에 시작된 집단체조 야외 연습이 1년간이나 계속되면서 참가자들이 북한의 추운 겨운 날씨에 얇은 옷차림으로 견뎌야 하는가 하면 한여름에도 휴식시간조차 갖지 못하는 것을 보고 경악해야 했으며 쓰러진 연습 참가자들을 직접 치료한 적도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모든 일들을 마음 속에만 담아두려 했으나 평양의 도로 한가운데에 병사 한 명이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한 뒤부터 이를 폭로키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 병사는 숨져있었고 그의 팔은 8세 소년 같았다"면서 "그의 등을 살펴보니 매에 맞아 상처투성이였고 담뱃불에 덴 상처와 핏자국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볼러첸 씨는 북한의 실상을 나치에 비유하면서 나치의 대량학살(홀로코스트)에대해 외부의 세계가 행동에 나서지 않은 데는 무슨 일이 벌이지고 있는 지에 관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 구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인권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며 세계가 지금 행동에 나서도록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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