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한순복(38·여·전북 전주시)씨가 북한 체제를 비난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북한측에 10여 시간 억류된 사건이 4일 발생했으나, 정부와 현대측은 이를 숨기고 있다가 언론에 먼저 보도되자 6일에야 발표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며 “문제 발언을 했으면 조사를 받는 게 당연하다”고 했고, 현대측은 “한씨가 합의사항을 위반했기 때문에 북측이 사과문 작성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사건 경위

한씨는 4일 오후 만물상 코스를 관광하고 3시쯤 하산, 육화암 주차장에서 북측 환경감시원(안내원)에게 휴대전화를 내보이며 “남한은 잘 살고 있으나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만 잘 먹고 잘 산다”며 “원한다면 남쪽으로 초청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측은 한씨를 온정리의 현대측 사무소(온정각)에 데려가, 환경감시원에게 ‘포섭공작’을 했다고 인정하는 ‘사죄문’을 쓰도록 요구했다. 한씨가 거부하자 북측은 저녁에 한씨를 북측 출입국사무소로 데려갔고, 거기서 한씨는 밤 11시쯤 “(북한 지도자에 대한) 호칭은 잘못됐다”는 요지의 ‘사죄문’을 써주고 풀려났다.

◆문제점

작년 6월 민영미씨 사건 이후 현대와 북측이 체결했던 ‘합의서’도 언제든지 휴지조각이 될 수 있음이 드러났다. 합의문은 ‘문제발언을 한 관광객은 즉시 관광을 중지시키고 추방하도록’할 뿐, 사죄문 작성이나 조사절차에 대한 규정은 없다. 그럼에도 현대측은 북측의 요구에 따라, 강력한 형사사건 등 엄중사건이 발생할 때 열도록 한 ‘금강산 관광사업 조정위원회’를 자청, 합의서를 무력화(무력화)시켰다.

◆한씨 반응

5일 전주에 돌아온 이후 6일 오전까지 식사를 걸렀다며 이렇게 말했다. “금강산 제2주차장에서 승합버스로 옮겨져, 북측 안내원에게 소지품을 검사당하고 휴대전화를 뺏겼을 때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공포감이 들었다. 컨테이너 박스에서 북측 요원 5∼6명이 조사하면서 빵과 음료수를 주었으나 목에 넘기지 못했다. 한 북측 요원이 주는 모범 답안대로 사죄문을 썼다. 아직도 가슴이 떨린다. ”

/전주=김창곤기자 cgkim@chosun.com

/정권현기자 kh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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