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당국자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며 “문제 발언을 했으면 조사를 받는 게 당연하다”고 했고, 현대측은 “한씨가 합의사항을 위반했기 때문에 북측이 사과문 작성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사건 경위
한씨는 4일 오후 만물상 코스를 관광하고 3시쯤 하산, 육화암 주차장에서 북측 환경감시원(안내원)에게 휴대전화를 내보이며 “남한은 잘 살고 있으나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만 잘 먹고 잘 산다”며 “원한다면 남쪽으로 초청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측은 한씨를 온정리의 현대측 사무소(온정각)에 데려가, 환경감시원에게 ‘포섭공작’을 했다고 인정하는 ‘사죄문’을 쓰도록 요구했다. 한씨가 거부하자 북측은 저녁에 한씨를 북측 출입국사무소로 데려갔고, 거기서 한씨는 밤 11시쯤 “(북한 지도자에 대한) 호칭은 잘못됐다”는 요지의 ‘사죄문’을 써주고 풀려났다.
◆문제점
작년 6월 민영미씨 사건 이후 현대와 북측이 체결했던 ‘합의서’도 언제든지 휴지조각이 될 수 있음이 드러났다. 합의문은 ‘문제발언을 한 관광객은 즉시 관광을 중지시키고 추방하도록’할 뿐, 사죄문 작성이나 조사절차에 대한 규정은 없다. 그럼에도 현대측은 북측의 요구에 따라, 강력한 형사사건 등 엄중사건이 발생할 때 열도록 한 ‘금강산 관광사업 조정위원회’를 자청, 합의서를 무력화(무력화)시켰다.
◆한씨 반응
5일 전주에 돌아온 이후 6일 오전까지 식사를 걸렀다며 이렇게 말했다. “금강산 제2주차장에서 승합버스로 옮겨져, 북측 안내원에게 소지품을 검사당하고 휴대전화를 뺏겼을 때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공포감이 들었다. 컨테이너 박스에서 북측 요원 5∼6명이 조사하면서 빵과 음료수를 주었으나 목에 넘기지 못했다. 한 북측 요원이 주는 모범 답안대로 사죄문을 썼다. 아직도 가슴이 떨린다. ”
/전주=김창곤기자 cgkim@chosun.com
/정권현기자 khj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