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한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공동성명은 1972년의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조약을 “전략적 안정의 초석”이라고 추켜세우고 “ABM 조약은 유지·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는 내용을 담아 주목을 끌었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계획에 관한 논쟁에 있어 한국이 러시아편을 들었다”고 반응했다. 한국 관리들은 한국 정부가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으며, 한·러 공동성명은 NMD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다는 설명을 뒤이어 내놓았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은 지난달 21일 이정빈 외교통상장관의 말과 대비했을 때 오직 부분적인 신뢰성만을 갖고 있다. 이 장관은 “미국이 NMD를 추진하는 것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더 빠르고 손쉬울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의 국방장관은, 한국은 미국이 지원하는 전역미사일방어(TMD) 체제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더구나 김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의도가 NMD에 대해 외교적 타격을 가하려는 것임을 알면서 그 같은 공동성명에 합의했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NMD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은 취하지 않았지만, 그 태도는 비판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왜 한국 정부가 이 시점에 NMD에 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길 원하는지는 분명치 않다. NMD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문제는 한국의 안보 관심사에 있어서 북한의 재래식 병력과 단거리 미사일에 비교해서는 우선순위가 낮다.

해답은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미·북관계 증진이 햇볕정책의 필요불가결한 지원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2000년 후반 클린턴 행정부에 북한과의 미사일 협정을 마무리지으라고 촉구했다. 한국 관리들은 부시 행정부에 미사일 협상을 빨리 재개하라고 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NMD 계획에 대한 점증하는 국제적 압력이 부시 행정부로 하여금 NMD에 대한 대안으로 ‘근본적인 해결책’(북한과의 조속한 미사일협상 타결)을 찾아야 한다는 이 장관의 견해쪽으로 움직이게 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지 모른다.

한·러 공동성명이 김 대통령의 방미에 미치는 영향은 아마도 혼합된 것일 것이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의 2월 28일 언급은 부시 행정부 관리들이 NMD를 김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삼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부시 행정부는 김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남·북한 평화협상의 진척이나 현대전자에 대한 한국정부의 구제금융 문제, 북한과 재래식 전력 감축 협상을 선호하는 부시 행정부 정책 등 좀더 시급한 문제들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미 의회를 방문했을 때 의원들로부터 한·러 공동성명에 관해 질문을 받을 수 있다. 많은 공화당 의원들은 NMD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는 NMD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조기에 대북협상을 체결하기 위해 소프트한 조건을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푸틴 대통령은 NMD에 관해 협상할 때 부시 행정부에 압력을 가하는 국제전선에 한국과 북한을 집어넣으려고 하고 있다. 한국과 관련하여 중요한 질문은 과연 푸틴이 평양측에 재래식 무기 공급을 제안함으로써 북한의 미사일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냐는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의 (남한) 침공 능력을 복원시켜주는 정도로 북한을 무장시킬 것인가. 그리고 그 대가로 북한이 워싱턴과 미사일 협상을 벌여 미국의 NMD 계획을 약화시키도록 할 것인가.

한국은 그 같은 시나리오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 99년 후반 이후 김정일의 외교전략상 변화의 주요 이유는, 99년 6월 서해상에서 있은 북한 해군의 남측에 대한 패배에서 드러났듯 북한의 재래식 전력 약화에 있다고 나는 오랫동안 믿어왔다.

만약 김정일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북한의 군사적 능력을 복원시킬 수 있다면, 한국은 햇볕정책에 대한 북한측의 좀더 강경한 입장에 직면할 수도 있다. 따라서 푸틴의 전략은 서울과 워싱턴 모두에게서 정밀 검토를 받아야 할 것이다.

/래리 닉쉬 美의회조사국 선임연구원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