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이 자료는 일본의 한반도문제 전문 월간지 '현대코리아' 2001년 1~2월 합본호에서 공개한 김정일 비밀 발언록 전문입니다. 자료제공자의 요청에 따라 한글 원본 자료는 공개할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해 '현대코리아' 편집부의 일본번역문을 재번역해 올림을 양해 바랍니다. 김정일의 이 발언은 1999년 4월 20일 있었던 것으로 조총련 제1부의장 서만술 면담시에 이루어졌고, 주로 '조총련의 변화를 촉구하는' 내용입니다. 면담후 '여담'으로 던지고 있는 김정일의 '북한 산천의 식수 문제에 대한 입장'과 '정주영 접견 소감' 등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조총련이 망해 좋은 것은 미국놈과 세계 반동들뿐”

서만술 제1부의장 동지는 작년 4월에 허종만 책임부의장동무와 함께 만났지만 1년만에 이렇게 또 만나서 반갑습니다. 한덕수의장동지는 안녕하십니까?(2001년 2월 21일 사망했으나 당시는 와병중-역자) 병환은 좀 어떻습니까? 한덕수의장동지의 건강에 각별히 신경 써 주십시오. 한덕수 의장동지는 누가 뭐래도 오래 (의장의 지위에) 앉아 있어 주셔야 합니다. 이번에 우리가 우철(한덕수의장의 장남. 평양 거주-역자)을 일본에 보냈더니 의장동지의 상태가 많이 좋아져서 이제 조국(북한)에 올 수 있을 정도로 나아지고 있다고 합니다만 너무 무리는 하지 말고 건강을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허종만책임부의장동지도 잘 지내십니까? 허종만책임부의장동지는 행동이 좀 과격한 데가 있지만 젊어서 그런 것이겠죠. 제1부의장동지와는 요전 최고인민회의 때 잠깐 만나서 인사를 나누었지만 딴 얘기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내가 현지지도사업으로 바쁜데도 어쨌든 시간을 내야 겠다고 생각해서 제1부의장동지더러 이리 오도록 했습니다.

최근 조총련사업 상황과 제1부의장동지가 앞으로 조국에서 도와 주십사고 제기한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부서를 통해서 보고 받아 결론을 냈습니다. 그 문제는 그대로 하면 됩니다.

오늘 제1부의장동지를 만난 참에 조총련사업에 대해 어떻게 하면 일본의 환경과 적구(敵區-일본을 지칭)의 실정에 맞춰 사업방법을 고치고 각계 동포 군중을 보다 많이 묶어낼 수 있을지 하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는 것입니다.

조총련에서는 사업방법을 지금과 같이 해서는 안 됩니다. 변화한 세계정세와 사업환경, 조총련의 실정에 맞춰야 합니다. 지금 세계정세와 사업환경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이제 정세가 그전과는 다르고 한 방향으로만 몰고나가면 안 되게 됐습니다.

세계정세가 너무나 살벌해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몹시 불리합니다. 얼마전에 소련과 동구에서 사회주의가 붕괴한 후 미국 일본을 비롯해서 제국주의반동세력은 국제적으로 연합해 사회주의의 붉은기를 고수하려는 우리를 고립 압살하려고 광분하고 있습니다.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이런 반공화국 책동에 편승해서 일본반동과 남조선괴뢰들은 조총련을 없애버리려는 책동을 하고 있습니다.

조총련은 어버이 수령님의 귀중한 혁명유산입니다. 적의 책동으로부터 조총련을 사수하는 것은 어버이 수령의 영도 아래 일생을 애국사업에 바쳐온 한덕수 의장 동지를 비롯한 조총련의 노혁명가들이 고생해서 이뤄낸 업적을 지키는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에 이르러서도 당의 원칙제일주의라면서 방법론도 없이 무조건 돌진해 동포대중을 다 잃은 조총련을 분열 와해시켜 존재 자체를 끝장내 버리면 어떡합니까? 이것은 조총련을 위해 한평생 투쟁해온 늙은 혁명동지들의 기대에도 어긋나는 것 아닙니까?

우리들은 어떤 방법과 수단을 써서라도 조총련을 무조건 사수해서 존속시켜야 합니다. 조총련이 멸망하면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적들이 좋아합니다. 우리들이 조총련을 사수하지 못하면 미국놈들과 세계반동의 '목표'을 실현시켜 주는 것으로 좋아할 것은 그 놈들뿐입니다. 이것이 변해온 환경이고 세계정세입니다.

조총련은 변해 가는 환경과 세계정세를 정확하게 분석, 판단하고 거기에 맞추어 전략과 전술을 수립하여 다음과 같은 사업방법을 선택해 활동해야 합니다. 조총련 사업방법을 고치는 것은 현 시기 조총련의 실정으로부터 규정된 절실한 요구이기도 합니다. 나는 최근 70년대와 80년대를 비롯한 과거의 조총련사업을 총괄해 봤습니다만 너무나도 똑같이 해오고 있더군요. 조총련이 결성된 40여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그 사이에 여러 세대가 바뀌어 왔습니다. 그렇지만 조총련의 사업방법은 결성 당시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세대가 바뀌면 새로운 세대의 요구에 맞추어 사업방법도 부단히 개선되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걸 못해서 조총련은 동포들에게 호감을 못 주는 것입니다. 지금의 조총련의 사업방법을 보면 조국에서 하는 것과 거의 같습니다.

조총련은 어디까지나 적구에 있는 조직이므로 조국과는 다르게 모든 활동을 넓혀가지 않으면 안 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고 조국과 똑 같이 하고 있습니다. '조선신보'(조총련 기관지)만 해도 조국의 주장과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면 학습조(조총련 내부조직)에서 하는 내부학습과 뭐가 다릅니까. 신보는 다수 동포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 학습조를 위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조국과 같은 방법을 적용하면 안 됩니다.

대외사업 방법을 봐도 조국과 마찬가지로 하고 있습니다. 조국에서 성명을 하나 내면 그것을 그대로 옮겨 적어 조총련에서도 성명을 내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사상교육사업을 비롯한 조총련사업 전반에서 나타납니다. 이렇게 하면 적구의 실정과 변화된 새로운 현실에 맞는 조총련사업을 강화 발전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정계, 사회계 사업을 아주 노련하고 교묘하게 펼쳐야 합니다”

조총련에서는 외유내강의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조총련사업에서 외유내강의 원칙을 지키려고 하면 조직내부를 단단히 지키는 데 힘써 핵심을 보위하고 내부교육을 단단히 하면서도 동포(대중)들과의 사업을 그들의 (사상적인) 준비 정도와 특성에 맞게 여러가지 방법을 폭넓게 시행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리고 일본의 정계·사회계와의 사업, 일본 인민(국민)과의 사업도 아주 노련하고 교묘하게 펼쳐야 합니다. 그래서 적이 조총련의 의도를 알 수 없이 혼란을 줄 정도로 해야 합니다.

조총련은 공화국의 깃발을 걸었다고 해서 무엇이든 밀어붙이는 식의 좌경적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한다면 적구 조직이 왜 필요하겠습니까? 원칙만으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지금은 과거 공산주의자들이 단두대에 올라서도 혀를 깨물어 비밀을 지켰던 때와는 다릅니다. 지금은 어떻게 해서든 샛길을 많이 만들어 이쪽에서 가든 저쪽에서 가든 최종목표까지 갈 수 있게끔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동무들에게 우경투항주의를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동무들이 사업방법에 있어 이런저런 샛길을 여러 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공산주의자의 전술입니다. 나는 오늘 제1부의장동지에게 이런 문제에 대해 조언을 하려고 오라고 한 것입니다. 조총련은 이런 문제에 대해 머리를 써 방법론을 바로 세우고 사업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제1부의장동지와 조국에 온 조총련동무들의 일정을 보자니 영화문헌학습을 비롯해 학습을 많이 합니다. 동무들은 조국에 와서 많은 양식을 갖고 갑니다만 이것은 원칙을 지키라는 의미의 식량입니다. 동무들은 돌아가서 여기에 기초를 두되 방법만은 유격전 때 수령님이 쓰신 전법과 같이 신묘한 책략을 갖고 사업을 행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과 원칙 하나만을 주장하는 것 중 어느쪽이 진정으로 조국을 위한 것인가는 시간이 증명해 주겠지요. 지금부터 동무들은 머리를 좀 더 써서 깊고 충분히 생각해야만 합니다. 조총련은 대중에게 사랑받는 조직체가 되어 각계각층의 광범한 동포를 보다 많이 조직화해내야 합니다.

“최근 남조선에 파견된 우리 공작원들이 보낸 자료를 봤더니....”

내가 최근 남조선에 파견된 우리 공작원들이 보낸 자료를 봤더니 그 사람들은 모두 조국에서 내린 강령이 너무 강해서 그것을 사업 대상에 적용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많은 경우 우리 활동가가 적구의 실정을 알지 못해 주관주의적으로 뭔가를 서둘러 하려고 해서 그런 과오를 범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조총련이 전체대회 같은 데서 제기한 것을 보면 슬로건(구호)이 적구 조직의 실정으로서는 너무 셉니다. 우리가 그런 슬로건을 숨기고 적당한 슬로건을 내걸어 보다 노련한 사업을 했다면 지금쯤 재일동포를 모두 장악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조총련이 조국과 같은 식으로 강하게 나가기만 하니까 지금처럼 되었습니다.

우리는 현재 해외교포조직을 전부 조총련식으로 만들려다가 일을 그르치고 말았습니다. 말하자면 핵심분자 몇 명만 장악해 원칙제일주의로만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모든 군중(대중)을 묶을 수가 없습니다. 미국에 있는 많은 교포를 장악해서 조총련과 마찬가지로 해보려고 했는데 그 사람들은 조총련이 너무 세게 조국과 모든 것을 똑같이 따라하기 때문에 힘들다고 합니다.

조총련은 과거처럼 플래카드를 내걸고 원칙만 고집하면서 내용 없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것은 이제 그만두어야 합니다. 오늘 내건 플래카드가 반드시 오늘의 충실성을 표현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요새 일본반동들이 조총련에 반대해 시위를 하고 협박전화를 걸며 총격사건과 방화사건을 조직하는 것은 조총련이 융통성 없이 일하고 있는 것과도 관련돼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기 때문에 가슴이 아픕니다. 무엇을 위해 그럽니까? 일본땅에서 살고 있는 이상 환경에 맞출 때는 맞추면서 대신 원칙만 안 버리지 되는데 막무가내로 밀어부치니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힘센 반동과는 정면승부하는 방법외에 돌아가는 방법도 있어”

힘센 반동과는 정면 승부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돌아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강한 놈과 외나무다리에서 힘을 겨루면 떨어져 버리니까 외나무다리에서 떨어지기보다 일단 돌아가서 목적지에 제대로 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조총련은 강한 반동과는 정면 대결하지 말고 조금 우회해서 가는 방법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최첨단 과학기술을 갖고 있는 고도로 발전된 자본주의입니다. 그래서 1950년대에 맞서 투쟁한 반동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조총련은 적들의 악랄한 책동에 맞서 조직을 지키기 위해 강고한 투쟁을 해 나감에 있어 조국에서와는 달리 보다 독자성을 갖고 자신의 활동을 능동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합니다.

나는 이 문제를 이번에 처음으로 구상했던 것은 아닙니다. 서만술 동지가 제1부의원장으로 뽑힌 조총련 제18회 전체대회(1998년개최) 때 많이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이미 그 때 대회보고서를 좀 다른 시각에서 써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시간도 없고 보고서가 이미 전부 완성돼 있어 그렇다면 준비되는 대로 하라 했던 것입니다. 조총련은 2000년을 곧 맞아서 그렇습니다만, 고정불변의 노선 관철만을 외쳐대서는 안 됩니다.

조총련은 무엇보다 내부를 잘 정비하고 핵심진지를 단단히 구축해야 합니다. 내가 조총련의 사업방법을 새롭게 전환하라고 할 때는 핵심진지를 잘 보존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조총련은 간부대열을 잘 정비하고 신진 핵심역량을 계승성 있게 준비해야 합니다. 조총련에서는 지금부터 제19회 전체대회를 관통하면서 금후 준비된 간부를 잘 키움과 동시에 애국사업의 대를 이어가는 청년핵심들을 전망성 있게 교육 육성해야 합니다.

지금 적들은 색안경을 끼고 조총련의 활동가를 주시할 뿐 아니라 조총련 핵심을 무너뜨리려고 날뛰고 있습니다. 적이 핵심을 무너뜨리려는 것은 핵심을 무너뜨리기만 하면 조총련이 와해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가 조총련은 핵심을 잘 보존해야 한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것이죠.

조총련은 동포군중(대중)과의 사업방법을 결정적으로 고쳐야 합니다. 지금처럼 정세가 복잡하고 어려울 때 의식수준이 미숙하고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동요분자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조총련은 광범한 동포들 사이에서 그들의 특성에 맞게 사상교육사업을 다양한 방법으로 추진하고 그들 모두를 장악해 하나로 묶어내야 합니다.

조총련은 재일동포들이 조국을 잊지 않고 조국애를 높이 발양하도록 하는 사업도 조직의 특성에 맞춰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조총련이 통일전선조직이라는 외피를 입는 것이 전술적으로 보다 좋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조총련이 조선노동당의 하나의 지구당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보다 낫겠지요.

“신세대들은 사상성이 약해 향수냄새 나는 새로운 방법을 쓰야”

특히 세대교체를 이루기 위해 신세대와의 사업방법을 그들에 맞게 전환해야 합니다. 요즘 새로운 세대의 사상적인 준비정도는 그전 1세와는 완전히 딴판입니다. 그래도 1세 동포들은 애국의 뜨거운 마음을 안고 어버이 수령님을 따라 혁명을 양심적으로 해나갔습니다. 그들 가운데는 사상적으로 준비된 사람들은 물론이고 과거 탄압도 받아 감옥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새로운 세대는 1세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그런 까닭에 새로운 세대 청년과의 사업은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방법을 바꾸고 그들 사이에서 노선이 전환된 것이 아닌가 의심이 생겨날 정도로 향수 냄새를 뿌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리 해야만 보다 많은 새로운 세대를 묶어낼 수 있습니다.

조국에서 하는 식으로 무리하게 밀고 나가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젊은 세대는 조총련의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민단으로 가는 쪽이 낫다고 생각해 버리게 될 것입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요즘 조총련에서 세대교체가 되는 것을 보면 조금씩 진행되는 교체가 아니라 완전한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만큼 새로운 세대의 조직을 정비해내는 방법에서 출발해 모든 사업조직을 전개시키는 데 있어 약간 개량주의 색채를 띠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금은 방법을 근본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많은 젊은 세대 청년을 장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들이 최근 약 5년간 '고난의 행군'과 '강행군'을 하면서 무엇을 느꼈는가 하면 사상적으로 가장 의지력이 약하고, 진취성이 떨어지고, 사상적으로 수양과 단련이 부족한 것도 기실 청년이라는 사실입니다.

옛날 50년대 60년대 사람들이 과거의 묵은 사상적 잔재가 많이 남아있어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고 합니다만, 지금은 신세대가 수양이 부족하고 단련이 부족해서 무엇이 나쁜지 분간을 못해 못쓰게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간단한 사례를 들어보지요.

옛날에는 아편장사를 하거나 아편주사를 맞는 것은 주로 나이든 사람들이었는데 지금은 아편장사를 하거나 아편을 밀수하는 것은 물론 마약을 흡입하는 것도 나든 사람보다 젊은 청년층에 많습니다.

“조직을 너무 드러내고 합법화시킨 것은 잘못”

상공회(商工會) 조청(朝靑) 여맹(女盟) 청년상공회(靑年商工會)와 같은 조직도 방법을 모두 고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계층별 단체는 모두 각각 나름대로 특성이 있는데 사업방법도 똑 같으면 안 됩니다. 그런데도 지금 모든 계층별 단체의 사업방법이 같습니다. 단지 명칭이 다를 뿐입니다. 그래서 많은 신세대 청년을 장악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노세대는 세대교체될 뿐 아니라 그 존재 자체가 점점 소멸되고 있고 남은 것은 젊은 신세대뿐인 조건에서 그들과의 사업방법을 잘 택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금은 원칙 일변도에서 어떻게든 탈선해서는 안 된다는 식이므로 동포군중(대중)은 확실히 벗어나고 있습니다.

조직이라는 것은 군중을 잃은 채 꼭대기에 있는 몇 사람이 신문에다 아무리 원칙대로 주장을 요란하게 해도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나는 오늘 이 점을 동무들에게 분명히 인식시켰습니다. 금후 조총련에서는 전술을 진지하게 토론하고 군중과의 사업방법을 결정적으로 고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가 최근 조총련 조직을 너무 합법화해 버린 것은 잘못입니다. 전에 조총련이 처음 조직되었을 당시에는 당에 관련된 이야기는 엄격하게 통제해 두면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당 창건기념일 같은 때에도 축하단을 조국에 보내는 것을 삼가했습니다만 지금은 너무 합법화되어 버려 조총련에 대한 이미지가 변하고 말았습니다.

옛전에 수령님은 국가 직위로 축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만 지금 동지들이 만든 문건을 보면 노동당이라는 이름을 표내고 있기 때문에 광범위한 군중을 묶어낼 수가 없는 것입니다. 바로 80년대 이렇게 돼 버렸습니다. 70년대까지도 우리는 숨어 있었습니다.

80년대 10년간의 사업을 총괄해 보면 그 때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조총련사업을 합법만능화하고 주요 기념일 때면 대표단을 공개적으로 보내라고까지 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허종만 책임의장동무와 젊은 사람들이 '개량주의'적 외피를 입어 사업하면서도 내적으로는 우리들의 기본임무를 수행하도록 해서 내실을 채우려는 것입니다. 우리는 내실만 채우면 됩니다.

나는 조총련이 군중, 특히 새로운 세대의 청년을 묶어내기 위한 사업에 있어 방법론을 잘 택해 보다 많은 군중의 호감을 얻는 조직이 되도록 외피를 입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런 것 하나하나를 내가 오늘 제1부의장 동지에게 권하고자 합니다.

아마 조총련동지들은 우리가 이렇게 하는 것에 대해 모두들 좋아할 것입니다. 조총련이 이렇게 사업방법을 전환하면 조국의 여기저기 기관들에서는 왜 조총련이 돌연 이렇게 돼 버렸는지 오히려 조총련동무들을 비난할지도 모릅니다. 신문을 잘 읽는 사람들을 비롯해 노동신문사와 같은 곳에서도 조총련이 자본주의화되고 있다고 비난할지도 모릅니다.

“우경화 비난하더라도 나만 동지들 이해하면 돼”

동지들은 그런 얘기는 못들은 체하고 꾹 참아야 합니다. 나만 동지들의 마음을 이해해 주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완전히 안심하고 방법을 바꿔가야 합니다. 조총련은 사상사업방법을 적구의 실정에 맞춰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세대가 교체되고 환경이 크게 변화되고 있기 때문에 활동가와 동포에 대한 사상교육방법도 그에 맞춰서 변해야 합니다. 나는 '조선신보'를 자주 읽습니다만, '조선신보'의 내용은 일본의 환경과 동포들의 요구에 맞춰 편집하고 있지 않을 뿐더러 조총련 신문으로서의 특색이 나타나지를 않습니다. 조총련은 '조선신보' 내용을 동포들의 사상적 준비 정도를 고려해서 다양하면서도 교묘한 방식으로 편집해야 합니다.

동무들도 고리키가 쓴 장편소설 '어머니'를 읽었을 것입습니다만 거기에는 혁명이라는 말은 한 마디도 없어도 소설을 읽으면 혁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사람들의 감정과 기호에 맞는 이야기를 해서 사람들이 스스로 진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조선신보'의 애독자를 늘릴 수 있을 것입니다. 무조건 이것이 원칙이니 반드시 읽으라고 몰아붙이면 잘 안 됩니다. 요즘 이래서 '조선신보' 독자가 점점 줄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막 제1부의장 동지가 말했습니다만 조선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조선어로 쓴 '조선신보'를 읽혀 잘 되겠습니까? '조선신보'도 일본 실정에 맞춰 조선어만으로 발행하지 말고 매호 일본어페이지를 만들고 일본 대학이나 고등학교를 나온 청년들은 물론 일본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나는 이렇게 하는 것에 대해 반대 않습니다. 상당히 좋은 생각이라고 봅니다.

'조선신보' 발행과 관련된 실무적 문제는 금후 담당부서나 조국의 승인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지 말고 조총련에서 정해 일본 환경에 맞추면 됩니다. 요즘 조국에서는 관료주의가 만연해 신문발행과 관련된 실무적 방법 문제 같은 것을 제기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그렇게 해야 나중에 뭔가 문제가 제기돼도 우리는 원칙을 지켰다고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는 안 됩니다.

“언론계등에 친북 세력 기반을 확실히 다지는 것이 중요”

제1부의장동지가 말한 대로라면 일본에서 조선학교를 나온 청년들이 20퍼센트쯤 된다고 합니다만 그것도 과장된 것이고 20퍼센트에도 못 미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조직내 기관만큼은 완전히 정비하고, 일본사회의 저변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본어로든 조선어로든 우리들의 사상을 주입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금후 '조선신보'에 일본어지면을 섞어 내면 귀화한 조선인이나 일본 대학을 나온 우리 나라 청년이 아닌 조선인들도 그것을 읽을 것입니다. 지금 조총련 동포들은 빠찡고라든지 식당업을 많이들 하고 있습니다만 이런 신문이 거기에 자주 돌아다니면 거기 온 일본 손님도 읽을 것입니다. 이래서 어쨌든 많은 사람이 읽어서 좋고, 나쁠 것은 조금도 없습니다. 그렇지 않고 조선어만으로 내게 되면 조선어를 모르는 사람은 읽을 수가 없습니다.

원칙일변도로 나가는 사람들이 그래서 안 된다고 하면 그 신문은 우리나라 사람도 읽지 않고, 일본인은 조선어를 모르기 때문에 점점 읽지 않고 그러면 무슨 좋은 일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내가 전에 모든 것을 일본 실정에 맞춰 나가라고 한 것입니다. 조총련은 행사를 조직할 때에도 조국에서 하는 형식과 방법 그대로 하지 말고 동포들의 사상적인 준비 정도와 실정에 맞춰 하십시오.

동지들이 너무 답답해 하지 않고 안심하도록 해야 합니다. 내가 계속 말했습니다만 조총련 실정에 맞춰야 합니다. 선전분야 문화분야도 모두 이 원칙에 맞추어 방법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됩니다. 조총련에서는 동포들의 지향과 요구를 고려해서 일본 실정에 맞춰 민족교육의 내용과 방법도 한층 개선시켜 나가십시오. 조총련의 예술활동도 동포들의 정서와 심리에 맞춰 다양한 형식과 방법으로 해 나가야 됩니다.

조총련은 일본 당국과의 사업을 외유내강의 원칙에서 수단을 강구해 나가야 합니다.
조총련 대외사업을 자신의 지위조건에 맞춰 숙련시켜 잘 해야 합니다. 그래야 조일(일북)관계에서 조총련의 지위가 분명해집니다. 조총련은 조국을 대변해 조국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전달자 역할만 하지 말고 당당하게 해외에서 조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맡아주십시오.

그런데 조국에서 일본놈들을 공격해 강경한 고압자세로 나갈라치면 조총련도 그렇게 나가기 때문에 일본사람들이 무시합니다. 가까이 다가가려고 해도 가까워질 수가 없는 것입니다. 조총련이 일본당국에 좀더 잘 접근하고 그들의 마음속을 잘 떠보는 것도 하나의 투쟁방법인데 오로지 완강함과 엄격함만을 부르짖기 때문에 일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이죠.

조총련은 강한 반동과는 정면에서 대결하지 않고 돌아가는 법도 알아야 합니다. 지금은 전에 바리케이트 치고 데모했던 때와는 다릅니다. 그것은 60년대나 70년대 얘기고 지금은 안 됩니다. 지금은 대립하면 대립할수록 탄압이 점점 강해지고 그 방법도 보다 잔인하고 교활해집니다. 그러니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죠.

조총련 중앙 국제국 동무들도 상임위원회에서 당의 대외사업방침을 관철하기 위한 방법론을 책략적으로 다양하게 세워야 합니다. 일본 각계인사들 가운데서 친북세력 지반을 단단히 다지기 위한 사업을 확실히 해 나가야 합니다. 친북세력지반을 계승성 있게 분명히 구축하는 일이야말로 조총련의 합법적 지위를 강고히 하고 애국활동도 강하게 넓혀나가는 방법입니다.

특히 일본반동이 반공화국책동을 확대해 조총련을 없애려고 책동하고 있으니 만큼 정계 언론계를 비롯한 각계 인사 가운데서 친북세력지반을 확실히 다지는 일이 중요합니다. 제1부의장 동지는 돌아와 상임위원회를 비상 소집하고 이제 내가 말한 문제를 신중하게 토론하고 충분히 협의해서 합의를 보아야 합니다.

조총련이 사업방법을 변화시키려 하면 일부 조총련동지들 가운데 의심을 제기할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몇몇 사람들은 왜 우경화되려고 하는 것이지 강경하게 주장하고 당에 대한 충성을 분명히 하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경우 그들에게 내가 조총련에 직접 과제를 부여했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식시켜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내 의도가 무엇인지 납득하도록 해야 합니다.

“나는 안에서 만나고 보도는 상임위원장과 만난 것으로 할 것”

나는 이번에 제1부의장 동지와 접견했다는 보도를 내지 않을 작정입니다. 금후 방법을 바꾸려고 합니다. 공식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것은 상임위원회 위원장이므로 나는 안에서 만나고 공개적으로는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만나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접견 보도는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만난 것만으로 됩니다.

제1부의장 동지는 조총련에 돌아가서 나와 만나 이런 과제가 부여됐다고 전해야 합니다. 우리들은 내용상의 지도를 풍부히 하려 합니다. 그렇게 하면 돌파구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잘만 하면 새로운 돌파구가 생길 것입니다.

일본사회계 뿐 아니라 일본정계와도 사업 방법을 변화시켜 나가면 놈들은 처음에는 어떻게 된 것인가 생각하겠지만 우리가 확고하게 이 방법을 밀고 나가면 점점 달라지리라고 봅니다. 놈들은 한덕수의장 동지가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신세대가 이미 개량주의로 나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요. 이런 식으로 조총련 제19회 전체대회까지 약 2~3년 해 나가면 새로운 돌파구가 열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가 작년 제1부의장 동지가 왔을 때 말한 그런 원칙은 모두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우리의 최종적인 목적을 달성하면 좋을 것입니다. 약 5~6년을 목표로 해서 조총련조직에 보다 많은 군중을 모아들이는 것이 우리의 최종목표니까 그것만 달성하면 되겠습니다. 한 마디 더 하면 조총련 군중의 지반을 넓혀가자는 것입니다.

조총련이 사업방법을 바꿔 우경화되고 있다는 얘기가 적들 사이에서 널리 나와도 좋습니다. 김정일 장군이 왜 조총련은 그렇게 강하게만 나오는지 그래서는 안 된다고 야단을 쳤다는 얘기가 바깥에 나와도 괜찮고, 적의 중심에서 김정일장군이 아마 개량주의자가 된 것 같다는 얘기가 나돌아도 좋습니다.

지금의 정세하에서 붉은기는 마음속에 숨기고 앞에다 내걸어서는 안 됩니다. 필요할 때 내걸면 되는 것입니다.

이번 태양절(김일성 생일)에 제1부의장동지와 함께 온 대표단원들에게 내가 시간이 없어서 못 만났다고 잘 이해시켜 주십시오. 오늘 평양에 돌아가서 제1부의장동지가 현지지도사업으로 바쁜중에도 만났다는 것과 장군님이 조총련 상황보고를 받은 후에 조총련이 나갈 방향을 말해 주었다는 것을 그들에게 전달해 주십시오. 그리고 내가 대표단 전원을 만날 수는 없지만 그들에게 나의 인부를 전해 금후 다시 조국에 올 기회가 있을 때 그때는 꼭 만나 주마고 약속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십시오.

(금강산가극단에 대해 언급)
조총련은 금강산가극단을 유지해야 합니다. 금강산 극단은 어버이 수령님이 직접 이름까지 지어주었던 에술단이니 돈이 모자란다고 해도 어떻게 해서든 유지해야 합니다. 금년은 어버이 수령님의 서거 5주년이니 조총련에서 대표단을 보내주십시오. 조국에서는 행사를 대대적으로 하려고 합니다.

조총련으로부터 온 대표단은 조국 인민이 고생하고 있는 모습도 보아야 합니다. 지금 조국은 곤란을 겪고 있지만 그래도 자기 나라가 있고 주권이 있는 군대가 있으니까 해방전에 비하면 훨씬 낫습니다. 지금의 고난의 행군이나 강행군은 조총련 1세동지들이 해방 전에 나라를 잃은 비극을 안고 일본에 건너가 식민지 노예생활을 한 피와 눈물의 노고에 비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조국 사람들은 나라를 잃은 과거를 잊어버리고 너무 고통스럽다고만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나이 먹은 노인들은 오늘의 고난은 일제시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한덕수의장 동지와 서만술 제1부의장동지 허종만 책임부의장동지 그리고 조총련 동지들의 건강을 위해 건배를 듭시다. 오늘은 연설을 여기까지 하고 그만둬야 겠습니다.

“남조선 사람들이 금강산에 나무가 없다고 말하는 게 가슴 아파”

(지금부터는 식사를 하면서 한 얘기를 정리한 것으로 보임)

(국토관리와 정주영에 대한 언급)
조국은 요 20년 사이 산에 그 많던 나무를 모조리 베어 버렸습니다. 산림이 황폐해진 것은 무척 마음이 아픕니다. 산림이 그처럼 된 데 인민에게는 죄가 없습니다. 우리 경제활동가들이 인민에게 연료를 보장해 주지 못한 것에 책임이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가스나 전기를 써 연료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군대도 연료가 부족해서 산에서 나무를 많이 베었습니다만, 이제는 스스로 중소형 발전소를 건설해서 전기로 밥을 짓고 난방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군대는 연료사정이 호전되고 있지만 사회에서는 언제쯤 전화(電化)를 실현해서 그 혜택을 받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지금 어떤 지방에서는 연료가 없어 2-3년전에 심어놓은 높이 2미터밖에 자라지 않은 어린 나무까지 베어 연료로 쓰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가 곤란하다고 하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연료문제입니다.

먹을 쌀보다 연료문제가 가장 시급합니다. 지금 우리들이 전화(電化)를 실현시켜 석탄 생산을 획기적으로 증산 인민의 연료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으면 조국의 산을 푸른 숲으로 덮이게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활동가들이 과거 20년 사이 일을 제대로 못했던 나쁜 결과가 이렇게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나는 지방에 가 비판을 하고 나무 심기 운동을 전 군중적으로 역량을 기울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내가 우리 활동가가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꿔 국토관리사업에 매진하도록 하고는 있지만 그것이 언제 효과를 낼지 모릅니다.

하나 마음 아픈 것은 남조선 사람들이 금강산에 관광을 와서 산에 나무가 없다고 말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전에 이후락(전 중앙정보부장. 1972년 평양을 비밀방문해서 김일성과 회담했다-역주)이 북에 왔다 돌아가서 북에는 나무가 무성하다고 전해 남쪽에서도 필사적으로 나무를 심어 산림이 울창해졌는데 실제로 북에 와보니 이후락이 거짓을 했다는 것이죠. 이후락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니고 그때는 우리 나라 산림이 훌륭했던 것인데 지금은 반대로 된 것입니다.

나는 우리 활동가에게 희망을 갖고 산림조성과 국토관리사업을 해보자고 말했습니다. 이제 우리 나라 산에 묘목을 심어두었는데 15-20년이 지나서 비로소 효과를 보게 되겠지요.

지금 일본은 영국 독일을 비롯해 유럽 나라와 군사 경제관계가 깊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은 미국 남조선 중국과 깊은 경제관계를 완전히 밀착시키고 있습니다.

“정주영은 아들 대통령 만들기에 열중”

정주영이 이달 말에 또 온다고 합니다만 그 사람은 어쨌든 재미있는 인물입니다. 정주영은 클린턴이 남조선에 왔을 때 만나려는 것을 거절했습니다. 그 사람 마음속에 '너희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이 늙은이를 가벼이 보고 있지 않나, 나는 내 생각대로 한다' 고 노인답게 고집을 부린 것 같습니다.

남조선의 큰 재벌중에 창업자로서는 그이 한 사람 남았는데 다른 사람들을 낮춰 보고 있고, 한 때는 대통령후보로까지 출마했습니다. 그이는 지금 북과의 관계를 잘 풀어 뭔가 성과를 내서 자기 아들을 차기 대통령에 세우려는 야심을 갖고 우리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습니다. 그이 속에는 어쨌든 남조선 민심은 정주영에 대해 '대단한 사람'이라고 본다는 생각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 흐름을 타고 자기 아들에게 대통령의 지위를 주려는 것입니다. 내가 그와 만나 줘 인기가 훨씬 높아졌다고 용기가 나 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사람은 강원도 통천이 고향이니까 북의 연고자가 아닙니까. 어쨌든 그이 마음이 기특합니다.

孫達元(일본명 山口久吉. 일본에서는 大和製缶(대화제부)라는 회사를 경영, 吉田猛과 협력해서 1989년 정주영을 북한에 입국시켰다-일역본 역주)은 큰소리를 쳤습니다만 무엇하나 못 남기고 죽어버렸습니다. 이제 그 아들이 아버지의 재산상속문제로 일본에 갔다고 합니다만 아마 재산을 갖고 오지 않을 겁니다.

오늘은 이만하겠습니다.

(번역=김미영기자miyo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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