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회는 금요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미)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철저하게 검토할 때까지, 논란이 일고 있는 북한과의 핵 발전 협정(a controversial nuclear power deal)을 보류(shelve)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3일 보도했다.

타임스紙에 따르면 미 하원 헨리 하이드 국제관계위원회 위원장(공화)과 이 위원회의 에드워드 마키 의원(민주), 크리스토퍼 콕스 공화당 정책위 의장 등은 부시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 동맹국들, 특히 한국이 부시 대통령에게 이 합의(the agreement)를 계속 추진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신문은 이어 "이 협정은 1994년 클린턴 행정부에 의해 승인된 것으로 북한이 핵무기 개발 계획을 동결하는 조건으로 현대적인 원자로들을 제공한다”라고 덧붙여 이 서한에서 언급된 문제의 협정이 1994년에 체결된 미ㆍ북 간 제네바 핵 합의(the Agreed Framework)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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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한에서 이들 공화ㆍ민주 양당 의원들은 또 “우리는 미국의 대북 정책을 설정하는 당신(부시 대통령)의 능력을 해칠 수 있는 외국 정부와의 어떠한 약속도 피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고 타임스紙는 보도했다.

타임스紙는 “이 서한은 북한과 서방 간 관계 개선의 옹호자인 김대중 한국 대통령의 다음 주 워싱턴 방문에 앞서 전달되었다”면서 “김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이 반세기 전 한국전쟁 발발 이후 남북한 관계를 가장 우호적인 상황으로 남겨 놓은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선택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타임스紙는 또 한 고위 공화당 관계자가 “한국인들은 사안들을 묶어두길 바라고 있다”며 “우리는 단지 (부시) 대통령이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일뿐”이라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타임스紙는 “미 국무부는 이 51억 달러 규모의 핵 발전 프로그램을 변경시킬 계획이 없다”며 “파월 (국무) 장관은 과거에 이루어진 이해, 합의 그리고 작업의 기반 위에서 일을 추진하길 바란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고 지적했다.

타임스紙는 이어 “1994년 (제네바 핵) 합의는 미 행정부 관리들이 핵 무기 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사용되어 왔었다고 말해 온 시설을 대체하기 위해 북한에 새로운 원자로 두 기를 제공하는 내용의 합의”라고 설명한 뒤 “경수로 기술을 사용하는 이 새로운 원자로는 핵 무기 개발로 전용될 수 없는 등급의 플루토늄을 생산한다”고 덧붙였다.

이 서한에서 하이드, 마키, 콕스 등 공화ㆍ민주 양당 의원들은 “(미) 행정부는 초당적인 대북 정책을 도출할 기회를 갖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행정부 신임 관리들과 관심 있는 의원들 간의 광범위한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타임스紙는 보도했다.

이들은 또 이 서한에서 “북한의 핵 합의 및 다른 관련 국제 협정 준수에 대한 확인 필요성은 말할 것도 없고 (핵 발전에 대한) 안전, 책임, 북한 전력 상황, 대체 에너지 안전성 등에 관해 심각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고 덧붙였다고 타임스紙는 보도했다.

한편 제임스 릴리 전 주한 미 대사는 1일 제네바 핵 합의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릴리 전 대사는 이 날 워싱턴 소재 헤리티지재단이 주최한 '한반도 평화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이란 제하의 세미나에 참석, "현재 북한에는 경수로 대신 즉각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방안이 필요하고, 미국이 부담하는 중유 공급 비용이 계속 상승하고 있으며, 북한 경수로에서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플루토늄이 추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릴리 전 대사는 또 하루 전 날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지명자가 상원 청문회에서 "제네바 협정을 폐기하지 않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 "그 말은 협정의 개정까지 배제한다는 말은 아니다"고 해석했다.

헨리 소콜스키 미 비핵확산정책교육센터(NPEC) 소장도 2일 서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북 지원 경수로 건설 전에 북한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이 진행돼야 한다"면서 "북한은 즉각 핵 시설을 개방해 사찰을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에 제네바 핵 합의가 철저하게 준수되도록 요구하기 위해 방한 중이던 소콜스키 소장은 이 날 또한 "공사 전에 사찰하는 것이 제네바 핵 합의를 이행하는 것"이라면서 "IAEA 핵 사찰에는 최소한 3년이 걸릴 것이며, 이 사찰이 끝나기 전에는 경수로 원전의 핵심 부품은 들어가지 못하고 건설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이교관 기자 haed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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