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로 예정된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이 안보문제와 관련된 양국간 갈등의 소지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고 홍콩에서 발행되는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이 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서울이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과의 긴장 완화에 나서다」라는 제하의 서울발(발) 기사를 통해 『최근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속에서 한·미 관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워싱턴과 서울의 일부 정치분석가들은 김 대통령이 군사적으로 최대 맹방인 미국을 제치고 북한과의 화해를 더 열망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어 평소 미국이 추진하는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 계획에 반대하는 푸틴(Putin) 러시아 대통령을 김 대통령이 지난주 만나, 현재 미국이 개정을 주장하는 1972년의 미·소(소)간 탄도탄 요격미사일(ABM) 제한협정을 (도리어) 강화해야 한다고 공동성명을 발표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이후 이정빈(리정빈) 외무장관이 인터뷰를 통해 『공동성명 내용은 워싱턴의 NMD계획을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라 작년 7월 오키나와에서 열린 G8 정상회담에서처럼 미국의 우방국들에 의해 합의된 것을 단지 반영하는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미국측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그러나 한국의 전문가 말을 인용,『이런 성명을 미국과 상의없이 합의한다는 것 자체가 (한국 정부가) 부시 행정부에 대해 매우 무신경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내주 양국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타이밍도 안좋았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북한에 수십억달러의 원조와 투자를 해주고 있는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국내적으로 더 큰 비판에 직면하고 있으며 향후 미국의 지지가 계속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면서 미국 보수파 헤리티지 재단 관계자의 말을 인용, 『김 대통령이 최우방을 제치고 그런 성명을 낸 배경이 혼란스러우며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와일드 카드(wild card)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 홍콩=함영준특파원 yjhah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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