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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조총련의 아들이 본 한덕수 죽음
강철환  |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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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1.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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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통한문제연구소 강철환기자입니다.

한덕수 조총련의장이 사망했습니다. 재일북송교포 가족의 한사람인 제가 보기에, 10만 여명의 죄없는 사람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수용소로 끌려가 죽게 만든 장본인의 죽음은 북에 남아있는 수십만 재일 교포들에게는 허무감만 가져다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 할머니도 일제시대 때부터 일본공산당에 입당했고 조총련조직 건립에 가장 앞장섰던 분들 가운데 한사람입니다. 갑자기 나타난 한덕수가 의장에 취임하는 것에 대해 당시 오사카, 교도 등 많은 도시의 조총련간부들이 반대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가 김일성의 후원을 받은 자임을 알고 나서는 더 이상 그를 건드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1959년부터 시작된 재일교포들의 북송 때 한덕수는 조총련을 충동해 교포들을 북한으로 내모는데 앞장섰습니다. 특히 자기에게 반대입장에 섰던 많은 조총련간부들을 설득해 북한으로 보냈는데 하나같이 이들은 북한에서 제시하는 간부직과 호화주택 등을 보장받으며 북으로 건너갔습니다. 희망에 부푼 꿈을 안고 북으로 갔던 재일교포들, 이들은 일본에서 받았던 민족적 설움은 신경쓸 새도 없이 잔인한 공산독재사회의 횡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한덕수에게 반기를 들었던 전 교도 지부 위원장 윤덕우, 교도지부 조총련 청년위원장 박기현, 조총련 교육회장 한학수를 비롯한 조총련계 핵심간부 수십 명을 간첩죄로 몰아 당사자들은 평안남도 승호리 1급정치범수용소로 보내고 가족들은 함경남도 요덕군 정치범수용소로 압송했습니다.

조총련 교도지부 상공회회장을 지냈던 저의 할아버지도 한덕수 반대파로 몰려 승호리교화소에 끌려가 처형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때 끌려간 조총련간부들은 하나같이 공산주의 사상에 투철했던 혁명가들이었습니다.

북한으로 건너간 재일교포들에게 한덕수란 존재는 지옥에 떨어뜨려도 시원치 않을 '웬쑤'같은 존재입니다. 수많은 북송교포들이 비밀리에 처형되고 감금되는 등 행방불명되는 사례가 급증했지만 김일성 정권의 하수인인 한덕수로서는 한마디도 할 수 없는 처지였습니다. 그는 북송을 통해 정적들을 대거 북송시켜 없애버림으로써 조총련 조직안의 입지를 확고히 했으며 김일성의 충직한 수족으로서 막대한 자금을 긁어모아 북한으로 송금하였습니다.

1980년 초부터 시작된 재일교포 북한방문은 북에 건너간 가족들이 어떻게 살고 있으며 그들이 선택한 북송이 얼마나 어리석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였는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데 충분했습니다. 조국이란 허울이었을 뿐 북에 간 부모, 형제, 친구들이 숨쉬기조차 힘든 북한의 독재체제하에서 신음하는 모습을 보며 일본에 남아있는 가족들이 흘린 눈물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것입니다.

북에 인질로 잡힌 가족을 위해 일본에 남은 사람들은 부지런히 돈을 벌어 북으로 보내야했습니다. 처음엔 '약이 없다'.' 쌀이 없다.' '돈을 안 보내면 우린 다 죽는다' 등의 편지를 받을 땐 반신반의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북에 살고 있는 가족을 만나러 갔다가 실상을 알고 가족의 불이익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반 조총련운동을 시작한 조총련간부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이들은 자기들이 벌인 북송사업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게 했고 고통 속으로 몰아갔는가를 직접 눈으로 가족들을 만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북으로 건너간 10만 명의 재일교포의 역사는 한마디로 고통의 역사입니다. 재일교포 가족가운데 국가안전보위부에 끌려가지 않은 사람이 없을 만큼 탄압을 받았습니다. 그나마 외화의 위력이 생겨나면서 일본의 도움을 받는 사람들은 사회적 신분이 상승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인간취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다시 일본으로 갈 수만 있다면 북에 남을 사람은 단 한 명도 남아있지 않을 것입니다.

한덕수와 조총련은 급격히 와해되고 있는 북한의 정치경제 때문에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날로 늘어나는 헌금액수와 북에 있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는 가족들의 얼굴을 찡그리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 조총련의 많은 간부들과 성원들은 북으로 건너간 가족 형제들 때문에 내놓고 욕을 못하고 있지만 속에 맺힌 한을 어디서 풀 길 없어 애태우는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닙니다. 김정일과 한덕수의 인질정책은 성공을 거둔 셈입니다.

한덕수의 죽음을 바라보는 북한에 간 재일교포 심정은 참으로 착잡하리라 생각됩니다. 자기들을 지옥의 구렁텅이에 몰아넣고 나 몰라라 한 조총련의 의장이 사과 한마디 없이 저 세상에 갔다는 것이 더욱 사람들을 화나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조총련은 인민에게 강냉이밥도 제대로 먹이지 못해 수백만이 굶어죽게 하는 김정일독재정권을 따르는 허수아비가 아닌, 진정으로 북한동포를 위하고 특히 자기들의 실수로 사지로 보낸 10만 교포들의 가족에 대해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그들을 위해 뭔가 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정일 정권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이 아닌 진정한 충고도 할 수 있는 살아있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과거 한덕수 체제와 똑같은 행태가 계속된다면 조총련의 앞날은 불 보듯 뻔하다고 봅니다.
/강철환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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