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새 행정부는 지난 1994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행정부가 북한의 핵계획 동결을 위해 체결한 제네바 기본합의의 골격을 유지하되 다른 대안들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제임스 릴리 전 주한 미국대사가 1일 제의했다.

릴리 전 대사는 이날 워싱턴의 보수적 두뇌집단인 헤리티지재단에서 행한 연설에서 북-미 기본합의에 따라 북한에 건설중인 경수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우리는 기본합의로부터 벗어나야 하지만 폐기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릴리 전 대사는 북한처럼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국가에 경수로는 의미가 없으며 오히려 즉각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일부에서 현재 건설중인 2기의 경수로중 1기를 화력발전소로 변경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음을 예로 들었다.

그는 또 북한이 경수로에서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플루토늄을 생산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제네바 기본합의는 이에 대한 검증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과 경수로 건설과 관련, 미국이 부담하고 있는 대북 중유공급 비용이 국제유가의 상승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이유로 일부 수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양성철 주미 한국대사는 릴리 전 대사의 연설이 끝난 후 이어진 토론에서 북-미 기본합의가 지난 1994년 어려운 상황하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과 긴장 완화를 위해 만들어진 기본틀이라고 지적하면서 한국과 미국은 물론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여러나라가 개입된 이 합의를 변경하는 것은 쉽지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양 대사는 특히 북한에 경수로 대신 화력발전소를 건설해 줄 경우, 비용절감 효과는 20-30%에 불과하며 경수로건설을 위한 하부구조를 구축해 놓은 상태에서 화력발전소 건설을 새로 시작하는 것은 속도를 더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대사는 또 경수로에서 핵물질을 추출하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 북한이 보유한 기술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기본합의의 수정이 큰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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