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3월 5일자는 '지옥 탈출' 제하의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싣고, 탈북난민들의 참상을 자세히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평양~서울 거리는 198㎞지만 탈북자들이 한국에 오려면 러시아·중국·베트남 등지로 수천㎞를 떠돌아야 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내용요약.

지난 93년 북한에 살던 「호」는 북한이 프랑스로부터 t당 200달러를 받고 수입한 쓰레기더미에서 발견한 비디오테이프를 봤다는 죄목으로 체포됐다. 수용소에서 겪은 고생은 체제에 대한 그의 믿음을 깨뜨렸다. 기아가 북한을 휩쓴 96년 '호'는 골동품 밀수출 혐의로 체포돼 다시 수용소로 보내졌다. 그는 99년 이빨 9개를 잃고 두만강을 넘어 중국으로 탈출했다.

공장에서 일해 50달러를 모은 '호'는 가장 싼 티켓을 사 베트남으로 향했다. 도보로 국경을 넘어 하노이 한국대사관에 망명을 요구했지만 "여기는 공산국가니 태국으로 가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호치민시 한국선교사들의 도움으로 청각장애자로 위장해 캄보디아 국경의 지뢰밭을 넘었다.

3개월 뒤 태국 방콕에 도착해서야 망명이 가능했다. 더 많은 난민들이 그의 뒤를 따르고 있다. 하루 평균 3명의 북한 주민이 망명을 신청하고 있으며 올 한해 동안 한국전쟁 휴전 후 망명한 북한 주민 전체 숫자와 거의 같은 1000여 명의 북한사람들이 서울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탈출에는 60여 개의 조직과 개인활동가들, 수천 명의 협력자들이 관계하고 있다. '서울행 기차표'는 최소 3000달러에 한달~1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미 30만의 난민들이 중국에 흩어져 살지만 돈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적다.

한 자선단체는 중국에 새로 도착하는 탈북자의 60%가 여성임을 알아냈다. 이들 중 14%는 노동당원이었으며 4분의 1은 식량부족을 지도층 탓으로 여기고 77%는 북한이 자력으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는 것. 이들 탈북여성은 매춘굴에 끌려갈 위험이 높다.

옌지(연길) 지역은 남북간의 3만 탈북자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전쟁터. 면적이 넓고 인구밀도가 낮은 몽골도 탈북경로로 선호된다. 러시아 시베리아에도 벌목꾼으로 수출됐던 사람 등 1만 명이 불법체류하고 있다. 중국 남부로 탈출한 사람들은 날씨 고생이 덜한 대신 공안원들에게 붙잡힐 위험이 더 높다.

한 후원자는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한에 되돌려보내진 한 할머니의 증언을 전했다. 임신한 채 붙잡혀온 여자들에게 약물을 투여해 조산을 유도한 뒤, 갓 태어난 아기 둘을 산 채 쓰레기통에 내버리고 탯줄만 약품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모았다는 것. 사산된 아기 넷도 탯줄만 잘려진 채 버려졌다. '호'는 현재 서울에서 다른 탈북자들의 탈출을 돕고 있다.

/ 이태훈기자 lib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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