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국 방문 중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의 명분을 와해하려고 김정일(金正日) 북한국방위원장 카드를 활용했다고 러시아 일간 브레먀 노보스테이가 28일 평가했다.

신문은 푸틴 대통령이 서울 방문 중 김 위원장이 진실한 지도자란 점을 누차 강조하면서 “러시아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지원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고 소개하고, “러시아가 한국의 도움으로 김 위원장으로 하여금 이 제안에 동의하도록 할 경우,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지적은 미국이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 구축의가장 큰 명분을 잃게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밖에 한.러 양국이 수십억달러가 소요될 이르쿠츠크의 코비크트 가스관 건설사업에 협력하기로 합의했지만 가스관이 북한을 통과하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결정없이는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고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 문제도 “위대한 지도자”의 호의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일간 시보드냐는 이날 “푸틴 대통령의 지난 2월 오스트리아 방문이 실패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크렘린과 정부가 서울 방문에 앞서 ‘승리’를 예고하지 않았으며, 누구도 이번 방문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고 소개한 뒤, “오스트리아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주된 의제 가운데 하나였던 옛소련 시절 부채 문제에 관한 합의는 푸틴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간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이어 일리야 클레바노프 부총리가 방산물자로 부채 일부를 청산키로 한국과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어떤 무기를 제공할 지는 누구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한국의 전투용 헬기 및 전투기 입찰에 러시아가 참여함으로써 단번에 부채 모두를 청산할 수도 있겠지만 “무기 구매는 60%가 정치적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지적, 섣부른 낙관을 경계했다.

신문은 또 한.러 양측이 코비크트 가스전 개발 및 가스관 건설, 한국의 사할린유전 개발 참여, 나홋카 전용공단, TKR과 TSR 연결 문제 등을 논의했으며 이 가운데TKR과 TSR 연결 사업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큰 것이지만, 전문가들은 남북한 관계가여전히 복잡한데다 남북한 접경지역에 매설된 수많은 지뢰가 문제가 되는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간 브레먀 MN은 푸틴 대통령이 서울 방문 중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을 언급하면서 “바로 이를 위해 일해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소개한 뒤, 푸틴 대통령은“한반도 평화 문제는 무엇보다 남북한 양측의 일이며 남북한이 결정하면 어떤 결정이든 러시아가 합의할 것이라고 강조함으로써 한반도 문제에 중립을 지켰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특히 러시아의 이같은 중립정책은 TKR과 TSR 연계 사업, 그리고 북한을경유하는 코비크트 가스관 건설 등 반(半)정치적인 사업들을 위해서도 유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어 푸틴 대통령과 한국 기업인간의 회동을 소개한 뒤, 그러나 “푸틴대통령은 한국 기업인에게서 러시아에 투자한다는 보증을 얻지 못하고 단지 유도 7단증만 받은 채 더 따뜻한 하노이로 출발했다”고 평가했다./모스크바=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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