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철민기자】 미국 뉴욕 타임스는 11일 사설에서 남북한 정상회담은 냉전 시대의 마지막 군사 대치국인 양국의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휴전협정이 한국전을 종결시킨 지 거의 50년이 지났다. 하지만 평화협정은 아직 체결되지 않았다. 양측은 탱크 부대와 지뢰밭으로 채워진 비무장 지대 양쪽에 각각 수십만 병력을 배치시켜 놓고 있다. 미군 약 3만7000명이 한국군의 북한군 격퇴를 지원하기 위해 영구 주둔하고 있다. 그 사이 북한의 핵무기 및 장거리 미사일 장난은 미군의 새로운 개입이라는 위기를 부추겼다.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한의 인도적 구호와 경제 지원을 얻으려 하는 반면, 남한은 안보문제를 확실히 하려 한다. 수년 동안 북한은 남한을 제치고 미국과 직접 협상을 하려 해왔다.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과 새로운 사업·관광·인도적 관계를 형성하려 노력해왔다. 그의 ‘햇볕정책’은 휴전선 너머 북한과 예상가능하고 보다 덜 위험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새로운 개방자세를 취하는 한편, 군사적 경계를 늦추지 않으려 애써 왔다. 오는 6월 북한의 수도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는 발표는 한국의 접근방식이 현명함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중요한 총선을 단 3일 앞두고 발표한 것은 김 대통령에게 시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이 정상회담에 동의한 것은 김정일이 현재 북한을 완벽히 통제하고 있고, 외교적으로 보다 넓은 외부 세계와 접촉하려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한때 외부세계와의 접촉을 꺼렸던 북한은 최근 몇 주 동안 남한뿐 아니라 유럽 국가들, 중국, 일본,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해왔다. 북한 내부의 정치 전개 상황은 상당부분 불투명하게 남아 있지만, 이 같은 활발한 외교활동은 고무적인 현상으로 인식된다.

북한은 여전히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한 국가다. 경제도 거의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급작스럽게 붕괴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남아 있다. 남한은 이번 회담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6월 회담이 만일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늦었지만 희망적인 양측 관계의 해빙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

/chulmin@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