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뒤면 서울을 떠나야 하는 가족들을 이대로 보내기에는 50여년간 가슴에 맺힌 한이 너무 컸던 것일까.

27일 이산가족 개별상봉이 이뤄진 서울 롯데월드호텔에는 들것에 실려서라도 한번이라도 더 북측 가족을 만나보겠다는 이산가족의 애절한 모습이 펼쳐져 주위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감동의 주인공 중 한명은 지난 50년 인천상륙작전 당시 인민군에 의해 끌려간 뒤 50여년만에 서울을 방문한 박창서(79)씨의 아내 이인규(77)씨.

이씨는 지난해 6월 주말농장에서 풀을 뽑던중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말도 못하고 사람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여서 전날 있었던 집단상봉장에도 나오지 못했다.

이씨는 그러나 이날 오전 10시께 앰뷸런스에 실려온 뒤 들것에 실린채 구급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남편이 기다리던 롯데월드호텔 16층으로 올라갔고 마침내 남편 박씨와 눈물로 '무언의 대화'를 나눴다.

전날 들것에 실려 집단 상봉장에 나타나 동생 서구(69)씨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던 강항구(80)씨도 이날 다시 동생을 찾아, 형제간의 뜨거운 우애를 확인했다.

3년여전 중풍에 걸려 몸을 온전히 가눌 수 없는 항구씨는 오전 10시께 앰뷸런스를 이용, 롯데월드호텔에 도착한 뒤 들것에 실려 동생이 기다리는 방으로 향했다.

동생 서구씨는 오찬모임과 오후 개별상봉까지 마치고 돌아가는 형을 향해 '빨리 몸이 완쾌돼 다시 만나자'며 인사를 건넸고 항구씨는 이에 알았다는 듯 힘들게 고개를 끄덕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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