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양록이 어디 있어. 빨리 찾아줘.' '아버지 제가 양록이예요.' 27일 오후 평양시내 문수거리에 위치한 친선병원 7호실에서는 안타까운 부자상봉이 26일에 이어 계속됐다.

남측에서 치매로 고생해 온 손사정(90)할아버지는 50년 동안 꿈에도 그리던 아들 양록(55)씨를 만났지만 전날 단체상봉 때 이어 아들의 얼굴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되풀이했다.

전날 집단상봉 때 변화된 환경 때문에 현재 상태를 알지 못하는 치매상태가 되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손 할아버지는 이날 새벽 혈압과 맥박 이상으로 긴급히 숙소인 고려호텔에서 10여분 떨어진 친선병원으로 옮겨져 입원했다.

이날 오후 병실에서 다시 아들과 만났지만 손 할아버지는 아들을 눈 앞에 두고도 '양록이를 만나러 왔는데 왜 못 만나게 하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양록씨는 친척들 이야기를 하며 손 할아버지의 정신을 돌려놓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손 할아버지를 돌보고 있는 이 병원 내과의사 한일훈씨는 '오늘 새벽에 들어왔을 때는 정신상태가 나쁘고 혈압이 190이 넘는 데다 맥박이 빨라 생명에 지장이 있을까 걱정했다'며 '신경안정제 주사를 맞고 점심 때는 미음을 먹는 등 상황은 좋아졌지만 현재 상태를 알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측 대표단측은 지원단 2명을 병실에 배치해 손 할아버지의 상태를 점검하고 지원요원으로 동행한 적십자병원 내과과장 서상열(51)씨도 손 할아버지를 돌보고 있다.

남측 관계자는 '내일 서울로 돌아가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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