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첫 만남의 흥분으로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운 이산가족들은 이날 호텔 객실에서 열린 개별상봉에서 어릴적 얘기와 고향의 옛 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 꽃을 피웠고,족보와 반지 등 미리 준비한 선물을 교환하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각각 숙소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호텔과 고려호텔에서 2시간여동안 가족단위로 개별상봉을 하고 회포를 풀었다.
서울을 방문한 전영수(79)씨는 50년동안 수절해 온 부인 유정규(75)씨와 다정히 앉아 기념사진을 찍고 신혼의 단꿈을 회고한뒤 출생한지 1주일만에 헤어진 딸 애일(50)씨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미안함을 표시했다.
또 조준기(75)씨는 어머니 유이분씨가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반지를 아들 경구(51)씨로 부터 전해받고 오열을 터뜨렸고, 공훈예술가 정두명(67)씨는 남측 가족들과 인삼곡주와 과일을 차려놓고 아버지 제사를 간략히 지내며 '불효자식이 왔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송순섭(82) 할머니는 북에서 온 남편 황창수(84)씨에게 '앞으로 잊었던 나를 생각해달라'면서 금반지를 끼워줬고, 황씨는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 미안하다'며 말을 잇지못했다.
또 평양에서는 30여년만에 모녀 상봉을 한 이후덕(77)씨가 딸 성경희(55)씨와 사위 임영일(58.김일성종합대 교수), 외손자, 외손녀가 참석한 가운데 숙소에서 다음달 6일인 생일 파티를 앞당겨 열어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국군포로 출신인 손원호(75)씨와 김재덕(69)씨도 각각 남한에서 온 동생 손준호(67)씨와 김재조(65)씨를 다시 만나 가족들의 소식을 전했고, 반공포로 출신인 김한전(70) 할아버지는 북측 남동생 근전(60)씨로 부터 작고한 어머니의 얘기를 들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나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김유감(77.여)씨는 개별 상봉에서 북에 두고온 두 딸 김순영(56), 순복(53)씨를 만났으나 꿈에도 잊지못하던 아들이 중국출장으로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자 '지금 못 만나면 언제 만나느냐'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남측에서 치매로 고생해 온 손사정(90)씨는 50년 동안 꿈에도 그리던 북한에 살고 있는 아들 양록(55)씨를 만난 흥분탓인지 탈진상태에 빠져 이날 새벽 동평양 문수거리 친선병원에 입원, 양록씨 병상에서 만났지만 아들의 얼굴을 전혀 알아보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남북 이산가족 방문단은 오후에는 각각 서울시내 창덕궁과 평양교예극장의 교예공연을 관람하고 저녁에는 가족들과 다시 만나 식사를 함께한뒤 고향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
양측 방문단은 이어 28일 오전 숙소인 롯데월드 호텔과 고려호텔 앞에서 가족들과 석별의 정을 나눈뒤 남측의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각각 귀환한다.
한편 김 단장 등 조선적십자회 관계자들은 이날 낮 서영훈(徐英勳)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방문, 환담을 나누고 비전향 장기수등 이산가족문제를 논의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