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납북된 KAL기 승무원을 통해 아버지 소식을 듣다니 기쁨이 이루 말할 수 없고, 하루빨리 우리 가족도 상봉의 기쁨을 맞았으면 좋겠어요'

1969년 12월 납북된 KAL YS-11기의 기장 유병하(69)씨의 아들 유한민(41.무역업. 서울 노원구 중계동)씨는 27일 아버지와 같이 납북된 여승무원 성경희씨를 통해 아버지의 생존사실이 확인되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유씨는 '당연히 기쁘고 함께 납북된 여승무원도 모녀 상봉을 한 터인데다 아버지 근황까지 전해줘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대해 희망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고 말했다.

유씨는 '그러나 북한이 갑자기 전향적 자세를 취했다는 점이 오히려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모든 일이 잘 되는 것 같다가 좌초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느냐'며 신중한 입장을 폈다.

아버지가 납북될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유씨는 성장해서 아버지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 결국 몇년전 다른 경로를 통해 납북된 아버지에 대한 생존 소식을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유씨는 '무역업을 하면서 중국을 많이 왕래하기 때문에 탈북자들이나 중국-북한을 왕래하는 조선족들을 통해 수소문해 아버지가 북한에서 어느정도 높은 자리에 있고, 결혼을 해서 자녀 2명까지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씨는 '그러나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얘기이기 때문에 아버지가 언젠가는 돌아오실 것으로 믿고 있는 어머니한테는 이 소식을 말씀드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씨의 아내 진상숙(39)씨는 '남편과 어머님이 아버님 얘기를 많이 하셨다'며 ' 집에는 아버님이 납북되기 직전 찍은 사진을 걸어놓고 있고 여덟살난 아들에겐 할아버지가 외국에 나가 만날수 없지만 훌륭한 비행기 조종사라고 말해왔다'고 전했다.

진씨는 '그동안 정부당국에서 워낙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간접적이나마 아버님 생존 소식을 확인하게 된게 믿기지 않는다'며 '지난해 1차 이산가족 상봉때 당국에서 '납북자들은 이산가족 상봉에서 제외된다'고 말했을 때 실망스러웠는데 생사가 확인됐으니 다음번 이산가족 상봉때라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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