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김대중) 대통령과 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일(김정일) 사이의 회담은 역사상 첫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회담진행의 전반적 형식문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회담 당사자

우선 야당 등 일각에서는 정상회담이 김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사이에 열릴 것인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북한측 발표문은 ‘(김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서는 조선로동당 총비서이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 사이에 역사적 상봉이 있게 되며, 북남 최고위급 회담이 개최된다’고 했는데, 혹시 북한측이 상봉의 대상과 회담의 대상을 각각 따로 상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에서다. 형식상 북한의 대외적 ‘국가대표’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남(김영남)이다.

하지만 이에 정부 당국자들은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박 장관과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합의한 남북 정상회담은 분명히 김 대통령과 김정일간의 회담”이라면서 “합의문은 북측의 관례에 따라 작성돼 그렇게 표현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회담 합의문에 서명했던 박지원(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도 11일 기자회견에서 이를 확인했다. 다만 김 대통령은 김정일과의 회담과는 별도로 김영남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박 장관은 밝혔다.

◆실무회담의 추인일까, 정상들의 실질적 논의일까

국가간의 정상회담은 보통 실무자간 준비회담에서 모든 합의가 이뤄지고, 실제 정상회담에서는 이를 추인하는 형식을 밟는 것이 일반적이다. 남북한의 두 정상도 이런 방식을 택할 것인지 관심거리다.

94년 남북정상회담 실무준비단 대표였던 윤여준(윤여준·당시 총리특보)씨는 “북한측은 김일성 수령에게 이래라 저래라 사전 시나리오를 제시할 수 없다며 난감해하곤 했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 때도 북한은 김정일에게 논의 대상 주제에 대해 브리핑만 하고 실제 회담 전개방식은 김정일 재량권에 맡겨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측도 같은 방식으로 회담에 대비해야할지 모른다.

◆회담의 횟수와 방식

김 대통령의 평양방문 기간은 3일이다. 평양을 오가는 날을 빼면, 실제 회담을 할 수 있는 날은 하루 정도. 때문에 공식회담은 한 차례 이상 갖기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돌아오는 날 오전 정도에 별도의 단독회담을 가질 경우, 두 차례 공식회담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회담 진행상황에 따라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94년 회담 때도 우리 측은 몇 차례로 못박자고 했지만 북한은 “수령이 정하실 문제지 우리가 미리 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단독회담에 이은 확대회담까지 생각해 볼 수 있으나, 북측이 응할지 미지수다. 북한은 아직도 남북관계를 정상적 관계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의 회담 스타일

김정일의 외빈(외빈) 접견 스타일은 상당히 파격적이라고 한다. 김일성과 달리 한 자리에 오래 앉아 회담을 진행하지 않고, 자리를 자주 옮긴다는 것이다. 고위층 출신의 한 귀순자는 “김정일이 김 대통령에게 ‘보트나 한번 타시죠‘라며 장소를 바꿔 회담하자고 제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 구(구)소련 대표단이나 이탈리아 연구소 책임자를 만났을 때 보트를 타고 환담한 적이 있다.

◆회담 결과 발표

양국 정상회담의 경우 대개 회담 결과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는 것이 요즘의 국제관례다. 이번에도 양측 정상이 한 자리에서 우애를 과시하며 공동기자회견을 갖는 것이 남북 정상회담의 극적인 면을 부각시킨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는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두 정상이 회견없이 한자리에서 공동 코뮈니케를 낭독하는 정도여도 합격점일 거라고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양측이 각각 뉘앙스가 다른 언론 발표문을 발표하는 선에서 그칠 가능성도 있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김창균기자 ck-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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