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훈(徐英勳)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27일 오전 10시43분께 북측 방문단장으로 서울에 온 김경락(金京落) 조선적십자회 중앙위 삼무위원의 예방을 받고 환담했다.

다음은 환담 주요 내용.

▲서 총재=적십자사가 이산가족의 고통을 더는 작업의 선봉이 되자. 상호 신뢰회복을 위해 적십자가 할일이 많은 것으로 안다. 적십자 운동에 31년간 봉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민족문제 기여에 노력하겠다.

▲김 단장= 적십자사가 이산가족 문제의 선봉에 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외세에 의해 잘린 우리 민족을 외세가 아닌 자주적인 힘으로 통일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6.15선언의 기본정신 아니겠는가. 통일방법에 대한 논의도 선언의 원칙에 의해 논의되어야 하고 적십자는 인도주의를 바탕으로 다양한 구호활동도 병행해야 한다.

▲서 총재= 자주적 역량 부족으로 분단된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동안 남북 각자의 노력으로 국제사회에서 우리를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50년동안 벌어진 이념, 체제, 문화 등 양극화된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신뢰회복구축 작업을 하자. 먼저 인도주의 사업, 체육, 문화교류 등 쉬운 일부터 시작하자.

무엇보다도 상호존중이 중요하고 상대방을 자극하는 일을 자제해야 한다. 6.15선언은 반백년 분단과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원한과 희생을 뛰어넘는 미래지향적인 선언이다. 앞으로 우리 민족이 정보화 사회에 뒤지지 않도록 상호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 단장=우리 조선도 통일된 강성대국 건설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공동선언이 담고 있는 이념을 충실히 이행하자. 지금까지 우리 적십자사는 수 차례의 회담을 통해 많은 결실을 이루었다. 떠날 때까지 잘 되리라 믿고 남측의 협조와 배려에 감사하면서 몇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첫째, 앞으로 적십자가 6.15공동선언의 기본이념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도록 하자. 앞으로 있을 적십자회담에서도 많은 성과가 있길 기대한다.

둘째, 아직 풀리지 않은 비전향장기수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먼저 북으로 송환된 63명 장기수의 남한에 남은 가족을 북으로 보내줘야 한다. 송환 장기수중 노모가 살아있는 경우, 처와 어린 자식이 남쪽에 남아있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강제로 전향조치된 장기수의 자유의사에 따른 북송이 이뤄져야 한다. 과거 강압과 탄압에 못이겨 강제 전향된 장기수가 30여명 있는 것으로 안다. 이들이 남측의 시민이 됐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마지막으로 남한에 둔 가족 때문에 송환을 망설이는 비전향장기수도 인도적인 견지에서 송환을 추진해야 한다.

▲서 총재 = 장기수 문제의 경우 적십자의 기본입장은 모두 본인의 의사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을 원하는가는 상대적인 문제이다.

또한 민주주의 사회인 남한의 사정상 국회와 여론의 추이에 따라 해결돼야 한다. 지난번 송환으로 장기수 문제가 한고비 넘은 것을 돌아본다면 앞으로 잘 되리라 본다. 아직 설명하기가 복잡한 면이 있다. 이 점을 이해해달라.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현재의 방문.상봉이 과다한 비용과 항공편의 부족, 서울-평양을 오가는 등 불편한 점이 많다. 면회소 설치도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서신사업을 강화하자. 사정이 어렵다면 우선 생사확인이라도 하기위해 공개된 엽서형식이라도 도입하자. 이는 겨레의 지지를 얻을 것이다.

앞으로 통신망을 정비하고 편지내용의 공개 등 방법을 잘 연구해서 실현하도록 하자. 북측이 면회소 설치원칙에는 찬성한 것으로 안다. 경의선이 복원되면 양측 군사분계선 부근에 면회소를 설치하는 일에 협력을 부탁하다.

▲김 단장 = 남측 언론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언론의 자유는 인정하지만 이번에 국군포로 2명이 평양에서 가족을 만났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들은 (국군이었으나) 인민군에 복무했고 현재 평양에 거주하고 있지, 억류된 것이 아니다. 언론은 자유가 있지만 거짓말을 쓰면 안된다. 겨레에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진실만을 보도하자.

▲서 총재 = 그 문제는 국민의 여론이 그렇다. 다른 얘기를 하자. 앞으로 남측 적십자사는 이전에 민간단체가 주도하던 구호사업, 즉 청소년과 어린이의 영양문제, 내복전달 등의 사업을 강화하고 싶다. 어려울때 서로 돕는 것이 우리 겨레의 전통이 아닌가.

또 장재언(張在彦)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장을 초청하고 싶다. 우리 국민들도 좋아할 것이다.

▲김 단장 = (장재언) 위원장에게 서 총재의 뜻을 전하겠다. 늦었지만 총재 취임을 축하한다. 믿고 돌아가겠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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