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상어지느러미 수프 좀 더 드세요', '여보, 이것도 들어보시구료' 남북이산 가족 상봉 이틀째인 27일 오전 개별상봉을 마친 북측 상봉단은 낮 숙소인 롯데월드호텔 3층 크리스탈볼룸에서 반세기만에 가족들과 식사를 함께했다.

가족들은 비록 집에서 손수 차린 정성스런 음식으로 식사를 함께하지 못해 아쉽기는 했지만 서로 음식을 권하고 청해가며 가족애를 나눴다.

이날 오찬 메뉴로는 상어지느러미 수프, 불고기 및 볶음밥 등이 준비됐고, 각 테이블마다 백세주, 맥주, 소주, 음료수 등이 차려졌다.

식사가 막 시작되자 테이블 곳곳에서 `건배'와 `노래가락'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일부에서는 덩실 덩실 어깨춤까지 춰가며 상봉의 기쁨을 누렸다. 잠시나마 다들 행복한 표정이었다.

남편 임용빈(74)씨를 만난 남쪽의 부인 김옥람(75)씨는 마치 신혼시절로 돌아간 마냥 젖가락으로 남편의 입에 연실 음식을 넣어주며 짧지만 돈독한 부부의 정을 나눴다.

김씨는 '반세기만에 남편을 만나 반갑기 그지 없지만 내일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다'며 '남편과 다시 옛날로 돌아가 남은 인생을 마감하고 싶다'며 하루 앞으로 다시 다가온 이별의 그림자를 원망하기도 했다.

정지용 시인의 아들 구관(72)씨는 북에서 온 동생 구인(65)씨에게 백세주를 따라주며 '집에 데려가서 따뜻한 밥 한끼라도 먹였으면 좋겠다'며 '동생을 어머니 묘소에 못데려간 게 한'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구관씨는 또 '동생, 아버지 등 가족들과 함께 북아현동 뒷산 능에 올라 사진찍던 일이 생각난다'며 '통일전 독일처럼 이산가족들이 자유 왕래할 수 있는 길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원중(68)씨 가족은 오찬이 시작되고 술이 한순배 돌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고향의 봄'을 함께 합창했고, 김씨가 월북한 후 태어난 막내 현주(45.여)씨는 얼굴도 모른 채 살아온 큰오빠의 볼에 볼을 맞대고 첫만남을 기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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