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12월 대한항공(KAL) 승무원으로 납북된 성경희(55)씨가 26일 평양에서 그리던 남쪽의 어머니 이후덕(77)씨를 만났다. 작년 11월 말 제2차 이산가족 교환방문 때도 역시 1987년 1월 납북된 동진호 선원 강희근씨가 어머니를 극적으로 상봉했다.

북한의 불법적인 ‘납치 행위’에 의해 가족과 생이별했던 ‘납북자’들이 가족을 만나 겨우 잠시동안 한을 달랜 셈이다. 이들은 원래 자신의 의사에 반해 북한으로 끌려간 사람들이다. 남북한의 화해 분위기에 걸맞게 당연히 ‘원상회복’돼야 하는 대상자다. 이 때문에 남쪽의 가족들도 납북 후 북한에 대해 송환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 당국은 현실을 고려, “납북자와 국군포로를 이산가족의 범주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고, 과거를 불문한 정부의 입장 변경으로 이들이 만나게 된 것도 사실이다. 정부의 이런 입장은 앞으로도 바뀔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KAL기’, ‘동진호’와 같은 각종 납북사건의 성격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정부 당국의 현실인정은 이 사건의 원인행위를 ‘납북’이 아닌 ‘이산’으로 바꿔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북한은 이들에 대해 ‘의거입북’이라고 주장해왔다. 현재 북한에 살고 있는 납북자들도 그들이 자유의사에 의해 남쪽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없는 이상 납북을 공개주장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결국 현실이라는 올가미가 사건의 성격 자체를 모호하게 만들고 만 셈이 됐다.

한 남북대화 전문가는 “정부가 시작은 이렇게 했더라도 남쪽이 비전향장기수를 북으로 송환했듯 납북자들의 자유의사를 확인, 귀환의사가 있는 납북자들에 대한 송환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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