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희(55)씨는 상봉장 바닥에서 31년만에 보는 어머니 이후덕(77.서울 노원구)씨께 큰 절을 올렸다.

이 할머니는 연방 딸의 얼굴을 매만지며 '여기에 점이 없었는데'라고 말하며 얼굴을 부비기도 했다.

성씨는 북에서 결혼한 가족들을 어머니께 소개했다. 성씨의 남편 임영일(58)씨는 '어머니 꿈만 같습니다. 맏사위 인사 받으십시오'라고 인사하자 이씨는 '잘 돌봐줘서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손녀 임소영(26)씨는 '할머니 인사드리겠습니다'라고 인사하며 부둥켜안자 이 할머니는 '이렇게 큰 딸이 있었어'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특히 군인인 손자 임성혁(24)씨는 이 할머니에게 거수경례로 인사했고 성씨는 '우리 맏아들이에요'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성씨는 어머니 하락없이 결혼한 것이 맘에 걸리는 듯 '엄마, 어때요'라고 남편을 어머니에게 소개했고 이 할머니는 '어떻긴 너무 좋지'라면서 사위에게 '너무 감사하다. 이렇게 손녀 손자까지 보게 돼서'라고 말했다.

성씨는 또 아버지 소식을 물었고 이 할머니가 '할머니는 80년에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79년도에 돌아가셨다'고 소식을 들려주자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이어 손녀 임씨는 지난 12월 30일에 꾼 꿈 이야기를 했다. 꿈에 처음 보는 키 큰 할아버지가 손을 꼭 잡더니 할머니가 평양에 온다고 알려줬다며 '꿈이 현실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도 남쪽에 있는 막내딸이 그때쯤 비슷한 꿈을 꿨다며 신기해 했다.

성씨는 이어 삼촌이나 이모들의 소식을 일일이 물으면서 나이를 정확히 기억해내자 이 할머니는 '별 걸 다 기억하네'라며 딸을 대견해했다.

사위 임씨는 남쪽에 있는 손자 중 '제일 나이가 많은 손자가 몇살이냐'고 묻더니 '우리 딸이 제일 나이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할머니는 이번에 선물로 준비해 온 앨범을 꺼내 사위에게 일일이 설명해 줬다./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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