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두지리 임진강변에서 임진강 황포돛배가 첫 운항에 나서고 있다. 황포돛배는 길이 15m, 폭3mfh 승선인원은 45명이다./연합

“이렇게 평화로운 곳에 배를 띄우는데 반세기나 걸렸습니다” 2일 오후 3시 45분께 남북이 갈리고 반세기가 흐르는동안 분단의 비극을 고스란이 안으며 침묵했던 임진강이 다시 길을 열었다.

임진강 황포돛배는 이날 시승객 30여명을 태운채 6.25 전 자유로이 오가던 모습을 뽐내며 때마침 불어오는 황소바람을 타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 갔다.

10분여 뒤 개성 송악산을 정면으로 바라 보며 임진강 남쪽으로 내려가던 황포돛배 왼편으로 자장리 적벽이 눈 앞에 들어왔다.
현무암 절편을 가로로 쌓아 놓은듯 하던 적벽은 1∼2m 위로 올라가며 어느새세로 절편으로 바뀌어 국사봉 자락과 손을 맞잡은채 수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일몰보다 다소 이른 시간이어서 겸재 정선이 말년에 화폭에 담아낸 ’임진적벽도’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임진강 뱃길은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 만큼이나 감동적이었다.

봄, 가을에는 적벽 사이 사이로 진달래와 철쭉, 돌단풍이 비집고 나와 절경을 더해 준단다.

적벽 아래에는 분단의 아픔을 웅변해 주는 자연 굴 2∼3 곳이 눈에 들어왔다.

문화해설사 성희모(47.여)씨는 “6.25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 때 파주 적성과 연천 장남 사람들이 낮에 이 곳에 숨어 있다 밤에 집으로 돌아간 가슴 아픈 곳”이라고 전했다.

회항 지점인 고랑포구에 다다르자 삼국시대 치열한 전투 끝에 하루마다 주인이 갈렸다는 호로고루성과 미수 허목(許穆)이 바위에 글을 새겨 유명해진 궤암바위가 황포돛배를 반겼다.

오후 4시 25분께, 반세기만에 두지나루를 떠났던 황포돛배는 40여분만에 다시 두지나루에 몸을 맡겼다.

평화와 냉전을 껴안으며 일반인 출입을 거부했던 임진강, 임진8경 가운데서도가장 절경으로 손꼽히는 적벽 8개 구간 가운데 겨우 1개 구간(왕복 6㎞)을 우리에게 돌려주는데만 50여년 세월을 필요로 했다.

황포돛배에 시승한 이준원(51) 파주시장은 “다시 열린 임진강 뱃길은 역시 아름다웠다”며 “앞으로 진입로 등 미비한 점을 보완, 대표적인 안보관광지로 키워 나갈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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