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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는 인민학교(남한의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영어를 가르친다. 소련과 동구가 붕괴하자1990년대 들어 바로 러시아어 과목이 영어로 대체된 것이다. 남한은1995년 초등학교 3학년 과정부터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과정에 영어 교과목이 편성된 시점은 북한이 남한보다 다소 앞선 셈이다.
◇사진설명: 북한 인민학교 4학년 영어 교과서의 목차.

북한에서도 영어 교과목의 위상은 높은 편이다. 인민학교 4학년의 전체 교과목에서 영어는 김일성의 어린 시절, 김정일의 어린 시절, 공산주의 도덕, 국어에 이어 네 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북한 어린이들의 첫 영어 교재인 인민학교 4학년용 영어 교과서는 영어 알파벳과 함께 알파벳 노래(the Song of ABC)로 시작한다. 1과부터 20과에 이르는 교과 내용은 명사, be동사, 부정문, 의문문, 인사, have동사, 일반 동사, 조동사 등의 활용 방법을 배우는 순서로 이루어져 있다. 본문에 등장하는 인물은 남한과 미국을 비방하는 내용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북한 사람이고 외국인 이름은 거의 찾기 어렵다.

교과서 수준은 만만치 않다. 이 교과서 16과 본문에는 영어로 ‘You have strong arms(너는 튼튼한 팔을 갖고 있다) →Your arms are strong’이라는 보기를 주고 이대로 ‘My sister has small hands(나의 여동생은 조그만 손을 갖고 있다)’라는 문장을 바꿔보라는 문제가 나온다. 그것도 영어로 묻는다.

이 정도의 문제는 명사와 be동사, have동사 등을 갓 익히기 시작한 인민학교 4학년 학생들로서는 간단치 않다. 이 교과서의 끝부분의 복습(review) 코너에 있는 ‘그는 왼손에 책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는 우리말을 영어로 말해 보라(Say in English)고 하는 문제 등은 마치 남한의 중학교 영어 교과서를 보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탈북 어린이들은 남한의 영어 수업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편이다. 북한의 영어 교육이 영국식이기 때문에 미국식 영어로 이루어지고 있는 남한의 영어 교육이 발음과 억양 등에서 낯선 것이다.

NKchosun.com 데이터 베이스의 '교과서' 편에는 영어 교과서를 포함해 공산주의 도덕, 국어, 수학, 음악, 자연 과목의 인민학교 교과서들과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지리, 역사, 물리, 화학, 생물 과목의 고등중학교 교과서들이 정리돼 있다. 북한의 교과서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한 해제도 실려 있다./이교관 기자 haed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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