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철(李亨哲)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22일 앞으로의 북미관계는 미국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며 미국이 북한과의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북한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사는 이날 밤 워싱턴 시내에서 열리는 북한예술단의 마지막 미국 순회 공연에 앞서 단원들과 함께 워싱턴에서 가까운 버지니아주 비에나의 한국식당에서 점심을 든 후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사는 그러나 미국에 대한 강력한 비난은 자제하는 등 비교적 온건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미국과의 관계를 파기하기보다는 미국의 합의 사항 이행을 바라는 듯한 인상을 내비쳤다.

이 대사는 북미관계의 향후 진로를 묻는 질문에 '부시 행정부에 물어 보라'고 말한 뒤 '모든 것은 미국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사일 발사 유예 파기 가능성을 천명한 북한 외무성대변인의 담화 발표 배경에 대해 '그런 내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가 '그런 내용이 있다'며 재차 확인하자 '그렇다면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될 것'이라고 답변하는 등 담화 내용에 대해 본국 정부와 세밀한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짐작케 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이 북미 공동코뮈니케를 준수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모든 합의 사항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못박았다.

한편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첫 미국 방문단인 예술단은 이날 밤(현지시간) 워싱턴 시내의 조지 워싱턴대학 강당에서 이 대사를 비롯한 북한 관계자와 현지 교포 및 미국 인사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1시간45분가량 북한 음악을 선보였다.

북한 예술단의 미국 순회 공연은 이번이 처음으로 북한 최고 권위의 2.16콩쿠르 우승자인 전명희(35),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우승자 허광수(41), 민요가수 석련희(37), 저대(북한의 개량악기) 연주자 최병철(26) 등 8명으로 구성된 예술단은 앞서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과 휴스턴을 거쳐 이번 순회 공연의 마지막을 워싱턴에서 장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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