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대변인은 21일 "미국의 그 어떤 대조선정책에도 준비되여 있다"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미국의 대북정책을 강한 어조로 비난하고 나섰다.

다음은 외무성대변인 담화 전문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대변인은 지금 미국에서 대조선정책 문제를 놓고 우리로서는 심중히 대하지 않을 수 없는 여러가지 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21일 담화를 발표했다.

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미국 새 행정부의 외교안보팀들은 저마끔(저마다) 나서서 이전 클린턴 행정부는 북조선에 끌려 다니기만 하고 주기만 했다느니. 새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 때와는 다르게 `관여정책'을 시행하겠다느니, `단계적인 접근'과 ``조건부적이며 철저한 호상(상호)성'을 추구할 것이라느니 하면서 우리에 대한 그 무슨 `강경자세'에 대해 요란스레 떠들어대고 있다.

이것은 평화와 안정을 지향하는 현 국제적 추이에 부합되게 화해와 협력, 관계개선의 방향으로 나가고 있던 지난 시기의 조미 관계를 뒤집어 엎고 `힘'의 방법으로 우리의 의지를 꺾어보려는 미국의 침략적이고 강도적인 본성을 또다시 드러내 놓은 것으로서 우리를 각성하게 만들고 있다.

만약 이것이 우리에 대한 미국 새 행정부의 정식 답장으로 된다면 문제는 매우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시기 조미 쌍방은 제네바 조ㆍ미기본합의문과 뉴욕 조ㆍ미공동 코뮈니케 등을 통하여 오랜 불신과 대결, 오해의 근원을 제거하고 관계를 정상화해 나가기로 합의하였으며 이에 따라 쌍방은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신뢰를 조성하며 서로의 우려를 해결하여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그 어떤 `조건부'와 `단계적인 접근'을 운운하는 것은 결국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관계개선도 하고 자기들이 할 바도 하겠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본질에 있어서 우리가 먼저 완전 무장해제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가 그것을 접수하리라고 생각한다면 너무도 어리석은 것이다.

미국이 적대관계를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행동조치를 통하여 우리 자체의 안전이 위협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할 때 우리도 미국의 안보상 우려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변함없는 입장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이른바 `호상성'에 대하여 말한다면 지금까지 그들은 우리에게 공짜로 준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오히려 우리가 손해만 보아왔다.

조ㆍ미기본합의문만 보더라도 그것은 철저히 조미 쌍방이 동시행동 조치로 맞물려 있으며 우리는 그에 따라 지금까지 전기생산용 핵시설을 동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자기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지금 우리에게 막대한 손실을 주고 있다.

2003년까지 완공하게 되어 있는 경수로건설이 막연하게 되고 지난해 10월 22일부터 시작되는 새 회계연도 중유제공 일정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미국은 응당 경수로건설의 지연으로 인한 우리의 전력손실을 보상해야 한다.

미국이 지금처럼 기본합의문을 성실히 이행하지 안는다면 우리도 더 이상 거기에 매여 있을 필요가 없으며 경수로건설이 언제 완공될지 가늠할 수 없는 현 실정에서 케도(KEDO)의 존재도 무의미하다고 밖에 달리 볼 수 없다.

미국은 우리가 계속 기다리기만 할 수 없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전쟁과 대결,피로 얼룩진 파란만장의 20세기에 종지부를 찍고 진정한 평화의 새 세기를 맞이한 오늘까지도 구태의연한 낡은 사고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우리를 `불량배국가'라고 걸고 들면서 그 무슨 우리의 `미사일 위협'을 막기 위해 `국가미사일방위체계' 수립을 강행하겠다고 하는 주장 역시 강도논리가 아닐 수 없다.

지난 시기 우리는 자체 방위를 위한 우리의 미사일이 미국에 위협으로 된다고 하기 때문에 미사일 협상이 진행되는 기간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중지하는 것과 같은 합리적인 안들을 내놓았다.

우리의 위성발사가 순수 평화적 목적의 과학기술 개발에 지나지 않지만 그 위성발사가 미국의 안전에 문제로 된다면 대리발사도 받아 들일 수 있으며 미사일 수출은 외화벌이를 위한 것이므로 그에 해당한 외화보상이 담보되면 수출을 중지할 수도 있다는 타당한 제안도 여러 차례 미국측에 제기한바 있다.

그런데 미국의 새 행정부는 이에 대하여 심중히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고 있다.

조미 사이에 그 어떤 합의도 없는 것만큼 이제 우리는 이전 행정부 시기에 내놓은 미사일문제와 관련한 우리의 제안에 구태여 구속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미사일 협상이 진행되는 기간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기로 하였지만 발사중지 문제를 무한정 끌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과학기술 발전에만 제동이 되는 일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언제나 모든 경우에 다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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