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1일 미국 부시 행정부가 지금까지 양측 사이에 이뤄진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는다면 미사일 문제와 제네바 기본합의문 이행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미국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독재자'로 지칭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발언에 대해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지난달 25일 비난한 적이 있으나 외무성 `담화'로 미측에 경고를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미 새 행정부의 외교안보팀들이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면서 `단계적인 접근', `조건부적이며 철저한 호상성(상호성)'을 추구할 것이라는 등 대북 강경자세를 표명하는 것은 '지난 시기의 조ㆍ미관계를 뒤집어 엎고 `힘'의 방법으로 우리의 의지를 꺾어 보려는 미국의 침략적이고 강도적인 본성을 또다시 드러내 놓은 것으로서 우리를 각성하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전해진 담화에서 외무성 대변인은 '만약 이것(대북 강경자세)이 우리에 대한 미국 새 행정부의 정식 입장으로 된다면 문제는 매우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난 1994년 제네바 조ㆍ미 기본합의문과 지난 93년 뉴욕 조ㆍ미 공동코뮈니케 등을 통해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음을 상기시켰다.

대변인은 양측이 합의에 따라 '쌍방은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신뢰를 조성하며 서로의 우려를 해결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그 어떤 `조건부'와 `단계적인 접근'을 운운하는 것은 결국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관계개선도 하고 자기들이 할 바도 하겠다는 것'이라며 '바꿔말하면 우리가 먼저 완전무장 해제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가 그것을 접수하리라고 생각한다면 너무도 어리석은 것'이라고 말했다.

대변인은 이어 미측에서 주장하는 `호상성'(상호주의)에 대해 '지금까지 그들이 우리에게 공짜로 준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오히려 우리가 손해만 봐왔다'며 제네바 기본합의문의 경우 미측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북측에 `막대한 손실'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미국이 지금처럼 기본합의문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더 이상 거기에 얽매여 있을 필요가 없으며 경수로 건설이 언제 완공될지 가늠할 수 없는 현 실정에서 `케도'(KEDO)의 존재는 무의미하다고 밖에 달리 볼 수 없다'고 언급, 제네바 기본합의문의 파기 가능성도 시사했다.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약속과 관련, 대변인은 '지난 시기 우리는 자체방위를 위한 우리의 미사일이 미국에 위협으로 된다고 하기 때문에 미사일 협상이 진행되는 기간 장거리 미사일발사를 중지하는 것과 같은 합리적인 안들을 내놓았다'며 순수 평화적 목적의 위성 대리발사 및 보상을 전제로 한 미사일 수출 중지 등 `타당한 제안'도 '여러 차례 미국측에 제기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새 행정부는 이에 대해 심중히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고 있다'며 '조ㆍ미 사이에 그 어떤 합의도 없는 것만큼 이제 우리는 이전 행정부 시기에 내놓은 미사일 문제와 관련한 우리의 제안에 구태여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변인은 이어 미사일 협상이 진행되는 기간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기로 했지만 '발사 중지문제를 무한정 끌 수 없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언제나 모든 경우에 다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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