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자신의 특사인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 겸 총정치국장(차수)의 미국 방문 당시 주한미군에 대한 '용인' 입장을 미 정부측에 전달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92년1월 당시 김용순 국제담당비서의 방미 때 켄터 미국무차관과 회담을 통해 주한미군 주둔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나, 조명록 차수의경우 김정일 위원장의 특사자격으로 클린턴 전 대통령과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을직접 면담해 전달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있다.

특히 이는 지난해 6.15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대외개방정책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과 관련, 북한의 대남, 대미관계개선 의지를 선명히 보여주는 가시적 행보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박재규(朴在圭) 통일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 출석,김 위원장이 지난해 6.15 남북정상회담 때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주한미군 필요론’에 동의했다면서 “조명록 차수도 (지난해 10월 방미 때) 주한미군에 대한 북한의입장을 충분히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남북평화협정 체결시 주한미군 문제에 관한 민주당 장성민(張誠珉),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 의원 등의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6.15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내보인 입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장관은 특히 김용갑 의원이 “(북한의 주한미군 용인 입장 표명은) 10년전(92년) 얘기 아니냐”며 “최근엔 김 대통령이 전한 말 이외에 김정일이 직접 그런 말을하는 것을 못 들었다”고 추궁하자 “김정일 위원장은 주한미군 문제에 관한 입장을얼마전에도 (미국에) 보냈다”고 거듭 조명록 차수를 통한 입장 전달을 확인했다.

이에 앞서 김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중앙부처 1급 이상 고위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을 때 ‘유럽은 공산주의를 막기 위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있었지만 소멸 후에도 유럽의 안정을 위해 나토가 있고 미군이있다’며 ‘우리는 더 나쁜 조건이므로 있어야 한다’고 말했더니 놀랍게도 김 위원장이 ‘한반도에는 미군이 있어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러시아도 있고 중국도 있고 다있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소개하는 등 북한이 미군철수 주장을 철회했다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해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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