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공화당 정부는 북한에 대해 강경(tough)할 것이라는 보도가 심상치 않게 나오고 있다.

우선 부시 행정부의 안보팀은 강성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체니 부통령, 파월 국무장관 등 모두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 용사들이며, 소련의 붕괴과정을 목격하고 냉전의 종식을 확인한 미국의 수호자들이다. 따라서 이러한 강한 인물들로 구성된 부시 정부가 북한에 대해 부드럽게만 나오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이들은 벌써부터 북한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파월 국무장관 임명자는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에 대한 보다 확실한 검증방법에 동의할 뿐만 아니라 재래식 군사력도 감축, 후방 배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미국 공화당 정부의 이와 같은 태도에 대한 우리 국민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으로는 부시 정부의 강경노선을 환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불안하게 생각해온 사람들로서 미국이 북한을 견제해 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이 강경하게 나옴으로써 그동안 개선된 남북관계마저 파괴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미국의 저의를 의심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실제로 부시정부의 대북한 정책은 어떤 것인가?

우선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 지 2주일도 안됐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워싱턴에서 나오는 말들은 거의 모두 개인의 생각에 불과하다. 이제부터 미 행정부는 각 부처별로 정책문제들을 실무차원에서 검토하고 그 결과를 상부에 보고한 다음 필요한 경우 부처간 협의를 거쳐 백악관에까지 올리게 된다. 이런 과정은 원래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리는데, 더욱이 미 국무부는 지금부터 공관장 인사 등으로 바쁘게 되어있다. 따라서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의 그림이 나오려면 적어도 몇 개월은 걸릴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야당이 집권하게 되면 과거 고독한 시절에 구상해온 생각들을 드디어 실천에 옮긴다는 흥분에 휩싸이기 쉽다. 그러나 야당시절의 꿈들은 복잡한 현실에 부닥치면서 타협과 절충이 불가피하게 되고 많은 경우에 전 정권이 추진하던 정책과 큰 차이가 없어진다. 이것은 특히 대외정책에서 그렇다. 8년전 클린턴은 부시 대통령이 중국의 인권탄압을 규탄하지 않는다고 큰 소리로 비난했지만 자신이 백악관을 차지한 후에는 누구보다도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지금 공화당 인사들이 북한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보다 복잡한 현실문제를 다루어 나가면서 이들의 정책도 조정될 가능성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아직 유동적인 이유는 또 있다. 미국은 동맹국의 의사를 무시할 수 없다. 더욱이 부시 정부는 동맹국을 중시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대북정책이 결정되어 나가는 과정에는 우리가 인푸트(input)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있다. 다만 우리가 한 목소리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국론이 분열돼 있으면 우리의 설득노력이 효과적일 수 없다. 하루속히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궁극적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강경인가 아닌가 하는 것은 북한이 하기에 달렸다. 북한이 진정으로 대미관계의 개선을 원한다면 현재와 같은 군사위협구조를 완화하고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협력해야 하는 것은 자명한 논리다. 그리고 북한이 이와같은 논리를 인식하도록 도와주는 일은 한국의 몫이라고 하겠다.

(사회과학원 원장·고려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

조선일보 2001년 2월4일자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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