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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긴급대담 김경원 사회과학원 원장 · 이상우 서강대 교수 “대화파트너로 인정하는 계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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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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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정상회담 개최 합의와 관련, 조선일보는 김경원(김경원) 사회과학원 원장과 이상우(이상우) 서강대 교수의 긴급 대담을 통해, 회담의 의미와 성공을 위한 요건 및 주문 등을 들어보았다.

▲이상우 교수=발표된 남북합의서의 내용이 조금 다르다는 데 먼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측 발표에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청’으로 김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다고 돼 있고, 북측 발표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라고 돼 있습니다. 아무튼 양측이 만나기로 한다는 역사적 합의를 발표했는데 과연 어떻게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인지요.

▲김경원 원장=우선 정상회담을 추구해온 남쪽 정부 입장에서 볼 때 성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합의서를 보면 7·4 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조국통일 3대 원칙을 재확인한다는 말이 모두(모두)에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7·4성명 3대 원칙 가운데 특히 외세 간섭없이 한다는 부분은 남북한간 해석에 큰 괴리가 있지요. 합의서에 이 구절이 들어간 것은, 남북 정상회담은 이런 갈등구조를 전제로 하고 합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북측 입장에서는 남측에서 오겠다고 하니 와보라고 했다고 하면서 남쪽에 책임이 있다고 떠넘기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정부 입장에서 볼 때 어쨌든 남북한간 대화와 정상회담을 추구해오던 형편에서 본다면 일단 성공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이=양측 발표문을 보면 두 가지가 눈에 띕니다. 만남의 대전제를 1972년의 7·4성명에 둔 것이 첫째입니다. 7·4성명 이후 30여년이 흐르면서 남북한 사이에는 많은 합의가 있었습니다. 특히 남북한 양측을 국가와 국가로 인정한 19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가 있는데, 이번 발표문대로라면 지난 30여년 동안 남북한간에 이뤄진 많은 합의를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3대 원칙 가운데 민족 대단결이라는 부분은 미국을 배제하고 한반도 문제는 남북한간에 다룬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만약 이것을 수용했다면 대한민국으로서는 가장 큰 변화입니다. 전두환 대통령 이래 역대 정부가 북한 지도자를 만나려고 했다가 모두 실패했고, 합의는 했다가 정상회담은 무산된 것은 김영삼 정부 때였습니다. 역대 정부에서 정상회담 합의에 실패한 것은 북한의 요구를 우리 정부가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김대중 대통령 정부는 어떤 희생을 무릅쓰고서라도 남북한간에 평화체제를 이룩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바탕이 되고 있는 만큼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과연 북한이 왜 국민의 정부 출범 2년 만에 이번 합의에 응했을 것으로 보시는지요.

▲김=그보다 이번에 우리 정부는 문화관광부 장관이 상부의 뜻을 받들어 서명을 한 반면, 북한은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합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비정부단체가 합의서에 서명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것은 간단한 문제인 듯하면서도 실제 회담 진행시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지금 어떤 생각에서 이번 회담에 임했겠는가 하는 이유와 관련해 첫째는 김정일 정권이 김일성 사망 후 3년상을 치른 다음 나름대로 권력 안정화에 성공하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둘째로는 한국측의 사정, 즉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 한편 회의적이면서도 남한에서 현 정권이 그들에게 가장 우호적 정권이라는 측면과, 총선 정국도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이=북한이 회담에 임한 의도를 분석해본다면, 현재 김대중 정부가 역대 한국정부 가운데 가장 호의적이고 진보적인 정부라고 해석하는 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북한은 포용정책이 지속되는 동안 얻을 것은 모두 얻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만일 선거에서 여당이 압승을 못했을 때는 포용정책이 재고될 수 있으므로 그 전에 이런 일을 못박아 놓기 위해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4월중으로 예정된 준비회의에서 모든 것이 논의될 텐데, 6월 회담은 과연 성사될 것으로 보십니까.

▲김=성사 여부를 자신있게 말할 수 없지만 성사되기를 바라는 사람 가운데 한 명입니다. 과거 노태우(로태우) 대통령 때의 정상회담 추진과정을 보면 정상회담 추진 원칙에는 쉽게 합의하지만 합의시 발표할 공동선언문의 내용을 놓고 교섭이나 협상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예가 많습니다. 특히 외국군 철수 문제나 미·북한 평화협정 문제 같은 민감한 문제에서 양측의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이뤄지지 못한 전례가 많았습니다. 앞으로 두 달 동안의 과정에서 많은 위험이랄까 실패할 수 있는 지뢰가 깔려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준비회담에서 북한이 무엇을 얼마나 요구하고, 우리가 얼마나 응할 수 있을까가 핵심입니다. 북한이 요구할 것으로는 첫번째로 비료지원이나 식량지원 같은 구체적인 실익이나 또는 장기수 송환 등이 한 덩어리가 될 것입니다. 또 남북한 기본 관계에서 미군 철수 의제를 다루자거나 미·북 평화협정 체결 동의요구 같은 제도적인 것들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어보입니다. 과거에 우리는 이런 요구들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만, 이번은 과거 어느 정권보다 진보적이므로 많은 것을 양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식량 등은 좋지만 제도적 근본적인 것에 있어서 우리 정부가 만약 국민의 평균적 인식 이상으로 많이 양보한다면 국내적으로 상당한 혼란 발생이 우려됩니다.

▲김=남북간 문제는 안보와 평화체제 문제, 경제교류와 협력문제, 통일에 대한 기본방침 문제 등 크게 3가지 의제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보·평화체제와 관련해 남북간 합의도출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최선의 경우, 이런 문제를 제쳐놓고 다른 실질적 문제를 토의하자는 상호 이해는 가능할 것입니다만, 두고 봐야 합니다. 과거에도 우리는 항상 실천 가능한 것부터 시작하자는 단계적 접근 방법을 주장했고, 북한은 전체를 한꺼번에 해결하자는 입장이었습니다. 특히 정치문제를 해결해야 다른 문제도 해결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번에 북한이 기존입장을 포기하거나 군사·평화구조 문제는 유보한 상태에서 경제 교류·협력 문제를 바로 다루게 되면 우리쪽에서 희망적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부담은 우리쪽이 더 커집니다. 대북 경제협력을 어떤 방법과 규모로, 또 어떤 자원을 가지고 제공하느냐는 문제가 구체적으로 제기될 것이고, 이 문제를 잘못 다루면 국민합의를 깨거나 국제적 여론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우려가 되는 것은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회담을 준비하는 절차상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내용의 문제입니다. 국가간 정상회담은 실무회담이 다 끝난 다음에 국가원수가 합의·추인하는 것이 정상인데, 만약 구체적 실무회담 없이 양쪽 책임자가 만나면 우리 대통령의 입지가 상당히 어려워질 것입니다. 의제와 관련해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남북간의 평화공존체제를 안정화, 제도화시키는 것입니다. 북한이 공존체제에 동의해주면 제반 문제가 해결되고, 우리가 경제지원도 할 수 있겠지만, 공존체제의 안정화에 대해서는 논의를 하지 않고 경제협력만 논의한다면 어려워질 것입니다.

남북한이 평화공존을 유도하고 이를 위해 가려는 노력에는 주변국가들도 전폭 지지합니다.

▲김=미국은 북한의 미사일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미사일 실체에 대한 파악 약속도 없이 많은 돈을 갖다주고 한다면 미국은 수용을 못할 것입니다. 또 우리가 도에 넘게 북한 지원에 나서며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포기나 전쟁 포기 같은 명백한 평화공존 의사를 표현하지 않는 마당에서 미국 공화당 정부가 새로 들어선다면 한·미간에도 큰 마찰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이=여러번 얘기했지만 남북평화체제의 제도화가 중요합니다. 북한이 남한을 국가로서 독자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여기까지 갈 것으론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정부가 역대 여느 남한 정부보다 진보적이고 협조적이므로 껄끄러운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실질적인 경제문제 등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협력이나 지원분야에서 지나친 양보로 생기는 부작용이 자칫 우리 내부의 국론분열을 자초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경협이 가능하려면 자금이 있어야 하는데, 가령 일본의 대북한 배상금은 일·북 수교가 되지 않거나 미사일 문제 같은 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일본이 돈을 내놓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특수(특수)라는 것은 결국 우리가 우리 돈을 갖고 공사를 하고 보증하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남북한의 평화공존관계가 제도화되기 전까지는 힘들 것으로 봅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거기까지 나가기는 힘들 것입니다.

▲김=남북한 준비협상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지뢰밭을 걷는 것과 같습니다. 정상회담을 한번 했다고 해서 남북간 문제가 얼음 녹듯이 녹아버리는 상태는 기대할 수 없고 기대해서도 안됩니다. 회담의 가장 중요한 성취는 남북이 상대방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민족으로서 대화가 가능한 상대라고 인식하게 되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며 고귀한 성취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정상회담이 1회로 끝날 것으로 봅니까, 아니면 김정일이 서울을 답방하게 되고, 회담이 이어질 것으로 봅니까.

▲김=지속되기를 희망합니다. 하지만 쉽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제 생각에는 김정일이 서울엔 안올 것 같습니다. 북측 발표문에 보면 김대중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방문을 받아 주었다는 의미가 들어있습니다. 김정일 자신이 몸을 움직여서 남반부까지 내려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김=회담에는 늘 위험요소가 있는 것입니다. 실패로 끝날 경우, 회담이 없었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실패의 책임을 서로 전가할 것이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곧 준비회담이 시작될 텐데, 준비회담 참가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김=인생에서 운이 반을 차지한다는 마키아벨리의 말처럼 우선은 운이 좋아야겠지요. 자신의 노력이 성과를 볼 수 있는 것은 객관적 상황이 허락하는 조건에서 가능하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준비회담에 참가하는 당국자들이 객관적 상황을 숙지하고 진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정리=김연극기자 yk-kim@chosun.com

/송의달기자 edsong@chosun.com

/사진=채승우기자 rain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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