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 기간 한때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그만두고 돌아갈 것을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황원탁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20일 오전 이북도민회 중앙연합회(회장 송병준)가 주최한 강연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14일 확대 정상회담에 앞서 사과를 받아야 겠다는 말을 해 매우 당황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황 외교안보수석에 따르면 김 국방위원장은 “오늘 아침에 남측 TV를 보니 (남측)학생들이 대학 교내에 인공기를 걸었다 하여 검사들이 관련자를 색출해 사법처리하겠다고 하는데 이럴수가 있습니까”라고 항의했다는 것이다.

김 국방위원장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여기(평양)와 나와 정상회담을 하겠다는것은 서로 믿고 존중한다는 것 아니냐. 지금 남측 수행원들 모두가 태극기를 달고있으나 북측에서 시비를 걸지 않고 있다”면서 김대통령에게 “그만 돌아가십시오. 열렬한 환영도 받으셨으니 오늘 하루 쉬시고 바로 돌아가십시오”라고 말했다고 황 수석은 설명했다.

김위원장은 이어 “듣자니 이번 정상회담은 만나는데 의의가 있다는데 이렇게 만났으니 돌아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며 김 대통령에게 정중히 돌아갈 것을 요구했다고 황 수석은 전했다.

황 수석은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에 남측 수행원 모두가 당황했다”며 “김 대통령은 수행원들에게 상황을 물었고 수행원들은 보고를 받지 못했으며 TV를 보지 못해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인공기 게양 및 관련자 사법처리와 관련, 국내 상황을 보고 받지 못했음을 설명하였고 이에 김 위원장은 한참을 생각한 후 “적어도 정상회담 기간에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학생들을 처벌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황수석은 덧붙였다.

/ 연합뉴스 김상환기자(200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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