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13일 평양을 방문한김대중 대통령과 여러 차례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 국방위원장이 김 대통령과 나눈 대화중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을 발췌했다.

◆ 13일 오전 11시45분∼12시12분 백화원 영빈관 접견실에서 나눈 상봉을 겸한1차 정상회담 대화중에서 △...인민들 한테는 그저께(11일) 밤에 김 대통령의 코스를 대줬습니다. 대통령이 오시면 어떤 코스를 거쳐 백화원까지 올지 알려줬습니다.

준비관계를 금방 알려줬기 때문에 외신들은 미처 우리가 준비를 못해서(김 대통령을 하루동안) 못오게 했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인민들은 대단히 반가워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와서 보고 알겠지만 부족한게 뭐가 있습니까.

△자랑을 앞세우지 않고 섭섭치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외국수반도 환영하는데,동방예의지국이라는 도덕을 갖고 있습니다. 김 대통령의 방북길을 환영안할 아무 이유가 없습니다. 예절을 지킵니다. 동방예의지국을 자랑하고파서 인민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김 대통령의 용감한 방북에 대해 인민들이 용감하게 뛰쳐나왔습니다.

신문과 라디오에는 경호 때문에 선전하지 못했습니다. 남쪽에서는 광고를 하면잘 되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실리만 추구하면 됩니다. 왜 이북에서는 TV와 방송이 많이 안나오고 잠잠하느냐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방북을 지지하고 환영하는지 똑똑히 보여드리겠습니다. 장관들도 김 대통령과 동참해 힘든, 두려운, 무서운 길을 오셨습니다. 하지만 공산주의자도 도덕이 있고 우리는 같은 조선민족입니다.

△그저께 삼방송을 통해 연못동에서 영빈관까지 (김 대통령의) 행로를 알려주니까 여자들이 명절 때처럼 고운 옷들을 입고 나왔습니다. 6월 13일은 역사에 당당히 기록될 날입니다.

△주석님께서 생존했다면(백화원 영빈관까지 오는 승용차 좌석에) 주석님이 앉아 대통령을 영접했을 것입니다. 서거전까지 그게 소원이셨습니다. (94년에) 김영삼대통령과 회담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이 요구를 했다고 합니다.

유엔에까지 자료를 부탁해 가져왔는데 그때 김영삼 대통령과 다정다심한게 있었다면, 직통전화 한 통화면 자료를 다 줬을 텐데. 이번에는 좋은 전례를 남겼습니다. 이에 따라 모든 관계를 해결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지금 세계가 주목하고 있죠. 김 대통령이 왜 방북했는지, 김 위원장은 왜 승낙했는지에 대한 의문부호입니다. 2박3일동안 대답해줘야 합니다. 대답을 주는 사업에 김 대통령 뿐 아니라 장관들도 기여해 주시기를 부탁합니다.

◆14일 오후 3시 백화원 영빈관에서 나눈 2차 정상회담 대화 중에서 △약속한대로 찾아뵙는게 좋습니다. 암만 대우 잘해도 제 집보다 못하다는 말도있지 않습니까.

△(김 대통령이 옥류관 냉면을 드셨다는 대답에)오늘 회담이 오후에 있어서 너무 급하게 자시면 맛이 없습니다. 시간 여유 갖고 천천히 잘 드시기 바랍니다. 평양시민들이 굉장히 환영하고 있습니다. 용단을 내리셔서 오신 것에 대해 온인민들이 뜨겁게 마중하고 했는데 인사가 잘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남쪽 테레비 어제 오랫동안 봤습니다. 남쪽의 엠비씨도 보고. 남쪽 인사들도다 환영하고 특히 실향민, 탈북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이번 기회에 고향소식이 전달될 수 있지 않나 하면서 속을 태웁니다. (옆에 앉은 김용순 당비서에게) 실제로 우는 장면이 나오더라니까.

△제가 무슨 큰 존재라도 됩니까. (공항 간 것은) 인사로 한 것 뿐인데. 구라파사람들은 나보고 왜 은둔생활하느냐, 처음 나타났다고 그러는데 나는 중국, 인도네시아도 비공개로 많이 갔다 왔는데. 김 대통령이 오셔서 해방됐다고 그래요.(웃음) 그런 말 들어도 좋아요. 비공개로 갔다 왔으니까.

△지난번에 중국 갔더니 김치가 나오는데 한국식 김치가 나와서 남쪽 사람들 큰일 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쪽 사람들이 김치를 (세계에) 소문나게 하고 다시 일본에서 ‘기무치’라고 하는데 북조선 김치가 없어요. 남조선 김치는 좀 짜고 북조선 김치는 물이 많이 들어가는 차이가 있어요.

◆14일 오후 목란관의 만찬장 옆에 대형병풍으로 가려진 휴게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나눈 대화 중에서 △김 대통령께서 백두산에 한번 올라가셔야 합니다. 제가 한라산에 한번 가보고요.

...금강산은 자동차로 못 올라갑니다. 젊은이들이 금강산에 삭도(케이블카)를만들자고 하는데 반대했습니다. 늙은 사람들이 얼마나 된다고 자연환경을 훼손하느냐 반대했지요. 백두산 천지만은 삭도를 냈습니다. 파괴될 것도 없어서입니다. △금강산 못지않는 칠보산을 자랑 좀 해야겠습니다. 4번 갔다왔는데 아직도 채개발이 되지 않았으며 금강산처럼 바다를 끼고 있어 절경입니다. 중국사람들이 자기네가 관광지로 개발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장관나리들도 북한답사를 바랍니다. 대통령께서 모범을 보였으니 각자가 분야별로 답사하시길 바랍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가리키며) 서로 오가는 것도 좋고 관광해서 얻은 이익도 많지만 손해보는 것도 적지 않다. 이태리와 유고사람들은 관광이 돈벌이에는 좋지만 자기 땅이 황폐화되고 바다가오명된다고 하더라.

그 사람들 말을 신주 모시듯 하지는 않지만 참고할만 하다. 다소 과장됐겠지만 금강산 갔다온 남쪽 사람들이 자기네 설악산은 오물투성이라고 하더라. (환경과 개발중) 무엇이 중요한지 그 모순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신문을 보니까 기자어른들이 평양시내가 한적하다고 썼더라. 한적하다는말에는 뭐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냐.

△제가 너무 경거망동한 것 같습니다.

◆14일 오후 목란관 만찬장에서 나눈 대화 중에서 △(이희호 여사가 헤드테이불이 아닌 앞쪽 일반 참석자 테이블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이산가족이 되면 안된다.

△그전에 남쪽 사람들한테 들은 얘기인데 주암산 물로 담근 문배술이 맛있고 주암산 물이 아니면 맛이 없다고 들었다. 주암산 물로 빚어야 진짜 문배술이다.

△남쪽 음식에 대한 순서를 잘 모른다. 어떻게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개성음식이 맛있다고 해 개성토박이에게 음식을 청했는데 양이 너무 적었다. 서울은 어떻느냐.

◆14일 오후 9시50분 남북공동선언문에 대한 막판 절충이 성공적으로 끝난뒤 김대통령, 남측 수행원들과 축배를 들면서 △내가 (사진촬영을 위해)연단에 두번 나갔으니 출연료를 받아야 되겠다.

◆14일 오후 만찬이 끝난 후 승용차에 오르기 전 남북한 일행들에게 △내가 얼마전 칸영화제에 남측에서 출품한 ‘춘향뎐’이 본선에 올랐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처음에는 ‘전’자를 ‘뎐’자로 잘못 쓴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뎐’이 맞더라. 남쪽에서 그렇게 써왔는데 어떻게 하느냐. /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