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경(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현대. ’

남북정상회담의 성사에 현대그룹이 깊숙이 간여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유력한 가운데 송호경 부위원장과 현대그룹 간의 가까운 관계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성사 이전에 현대그룹의 대(대)북한 민간경협 분위기가 추진돼 왔고, 민간경협 과정에서 현대와 송 부위원장의 관계가 각별했기 때문.

송 부위원장은 정주영 명예회장이 판문점을 통해 방북할 때마다 매번 판문점까지 내려와 정 명예회장을 깍듯이 영접해 온 인물.

98년 6월 23일 500마리의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넘어갔을 때는 물론, 모두 6차례의 방북 때마다 판문점에서 정 명예회장 일행을 만나고 접견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12월 23~24일 서울에서 열린 통일농구대회 때도 북한 대표로 참석해 현대와의 끈끈한 관계를 과시한 바 있다. 당시 송 부위원장이 우리 정부 관계자와 접촉할지 여부가 관심사였지만 일부러 피하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정주영회장 매번 영접… 끈끈한 관계

현대 측은 그러나 “송 부위원장과의 관계는 이번 남북정상회담 성사와 무관하다”고 밝히고 있다. 김윤규 사장(현대건설 사장)은 10일 “정말로 현대는 아무런 역할을 한 것이 없다”면서 “박지원 장관이 한 말(당국자간의 대화였으므로 어떠한 민간단체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이 모두 사실”이라고 애써 강조했다.

그룹측선 애써 부인 “친분관계일 뿐”

현대아산 관계자는 그러나 “현대그룹의 대북 경협사업 분위기 조성을 위해 중국 북경에서 현대 고위관계자들과 송호경 간의 비공식 접촉이 잦았고, 그로 인해 당사자 간에 친분이 쌓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해 모종의 역할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정상회담 성사 발표가 있던 10일 현대그룹 대북창구인 ‘현대아산’에는 고위층의 함구령이 떨어졌다. 임직원들은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현대가 역할을 했다는 관측에도 부인 일변도의 자세를 보였다.

/이광회기자 santaf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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