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는 평양주민들만 볼 수 있는 만수대 TV 채널이 있다. 여기서는 자본주의 나라를 비롯한 외국의 영화들을 주로 방영하며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재미있다. 지방주민들이 소외감을 느낄만 하다.

만수대 채널은 1983년 개설돼 주말과 명절 공휴일에만 방송한다. 방송 시간은 대개 토요일은 저녁 5시부터 10까지, 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1시까지와 오후 3시부터 10시 까지다. 외국 영화외에도 동물의 세계와 중국 연속극 등도 정기적으로 방영한다. 물론 여기에도 김일성 김정일 찬양 프로는 빠지지 않는다.

프랑스영화 ‘노틀담의 곱추’ 일본영화 ‘설녀’, 만화영화 ‘알리바바와 40명의 도적’ ‘톰과 제리’ 등과 제3세계 나라 영화들을 많이 내보낸다. 톰과 제리는 ‘우둔한 고양이와 꾀많은 생쥐’로 제목이 붙어 있다. 자본주의 나라 영화들은 자본주의 부패상을 그린 옛날 소재의 영화들이 주를 이룬다. 동구권이나 구 사회주의 나라 영화들도 많이 방영한다.

만수대 TV가 최고 인기를 누린 것은 1990년에 방영된 인도 영화 덕분이다. 북한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남녀간의 애정장면이나 디스코춤 등이 나오는 ‘방랑아’를 비롯한 인도영화가 시리즈로 방영 됐는데, 주인공이 춘 춤은 평양 젊은이들 사이에 크게 유행했다.

만수대 TV에서 재미있는 영화를 할 때면 도심의 거리가 조용해질 정도다. 토요일날 직장에서 하던 일을 멈추고 TV를 봐도, 제재를 가해야 할 간부들도 영화를 보기 때문에 별일이 없다.

지방에서도 어쩌다 만수대 TV 채널이 잡히는 곳이 있는데 이런 곳에는 10여 높이의 긴 장대로 안테나를 세워놓고 온 동네 사람이 모여 외국영화를 감상하기도 한다. 만수대 TV를 보려고 출장이나 여행기간을 주말로 맞추어 평양으로 들어가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요즘은 만수대 TV에서 자본주의권 영화가 거의 사라지고 대신 소련이나 중국 모택동 시대의 혁명영화들을 주로 방영해 인기가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 최근 탈북자들의 이야기다.

만수대 TV는 평양 사동구역 오류리에 있는 인공위성 중계소를 통해 남한 텔레비전을 비롯하여 세계 수십 개 나라 텔레비전을 받아, 이것을 종합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올림으로써 세계의 움직임을 제때에 파악하도록 하는데 주임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주말에 방영하는 프로는 만수대 TV의 부차적 임무일 뿐이다. 프로 편성비율은 영화 47%, 스포츠 34%, 뉴스 15%, 음악 4% 정도이다. /김미영기자 miyo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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