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풍’ 현상이 두드러진 장르는 가장 대중적인 성격을 띤 가요, 영화, TV드라마 등이다. 북한언론들이 금년들어 자주 소개하는 70~80년대 작품의 해설 프로나 기사를 보면 그 점을 읽을 수 있다. 대표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80년대최고의 가요라는 ’동지애의 노래’를 김정일 총비서의 애창곡으로 소개하고 70년대가요 ’어디에 계십니까 그리운 장군님’을 전 주민이 새롭게 불러야할 가요로 규정한것 등이 그 실례이다.
또 줄거리만 놓고 본다면 전형적인 북한체제 찬양영화인 ’민족과 운명’시리즈를당초 계획한 50부작에서 더 늘린것이나, 70~80년대 자주 나왔던 ’혁명1세대’를 주인공으로 한 TV 드라마가 방영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문화계의 이같은 흐름은 그러나 ’과거에로의 회귀’가 아닌 개방과 개혁을위한 숨고르기로 보여진다. 김 총비서의 ’신사고’로 대표되는 변화의 흐름속에 필연적으로 수반될 주민들의 ’사상적 이완’을 최소화하려는 고려에서 나온 것이라는 게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들 70~80년대의 가요들과 TV드라마 등이 모두 ’수령결사 옹위정신’을 주제로 하고 있는 점은 ‘개혁.개방’ 못지않게 내부안정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특히 ’동지애의 노래’에 대해 중앙통신이 부여한 의미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앙통신은 이 노래를 김정일 총비서의 애창곡으로 소개하면서 “고난의 행군의역사적 승리도, 강성대국 건설의 도약대도, 선군혁명의 거세찬 전진도 동지애의 위대한 결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혁명1세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TV드라마 ’수평선’이 “수령결사 옹위의 숭고한 정신세계를 감명깊게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들은 것도 바꿔 말하자면 김 총비서를 중심으로 뭉쳐 ‘개혁.개방’을 이루어나가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근 북한문화에 대한 이같은 해석은 역사적으로도 증명된다.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극단적인 김일성주석-김정일총비서 찬양물이 쏟아져 나왔는데,바로 80년대 중반부터 조금씩 유입된 ’부르조아 풍조’를 경계하는 수단이었던 것이다. 영화 ’생의 흔적’, 가요 ’내나라 제일로 좋아’등이 그 대표작들이었다.
따라서 최근 ’복고풍’ 조짐은 일시적인 현상이며 ‘개혁.개방’정책이 어느정도성과를 거두게 되면 이와관련한 문예물들이 북한문화의 주류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예상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