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의.약계가 싸우면 북한 어린이들에게 시급히 필요한 의약품도 제대로 보낼 수 없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한국제약협회 등 6개 단체는 지난 99년 10월 북한 어린이들에게 의약품을 보내자며‘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보건의료협력본부’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이들은 지난해 6월초 국제 심포지엄을 성황리에 개최한 뒤 1차로 6월초부터 8월말까지 회원과 국민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모금 캠페인을 벌이기로 뜻을 모았다.

전국 병.의원, 치과, 약국, 한의원 등에 모금함을 설치하고 각종 모금행사 등을통해 100만달러를 모아 9월초 북한에 필수 의약품을 전달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캠페인 시작 직후 터진 의약분쟁이 모든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그 와중에도 실무자들은 계속 회의를 열고 “어찌됐건 북한 어린이를 도와야할것 아니냐”고 입을 모았지만 의약계가 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공동 모금행사 개최는 고사하고 모금함도 설치하지 못했다.

지난해말 의약분쟁이 서서히 잦아들 무렵에야 싸움에서 약간 비켜서있던 치과나한의원 등에 조금씩 모금함을 설치하기 시작, 최근까지 절반 가량 설치를 끝냈고 앞으로는 ARS 전화(☎ 0600-1003)도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20일에는 서울 경희의료원 로비에서 6개 단체 임원들이 모인 가운데 ‘북한 보건의료지원을 위한 범국민 캠페인 선포식’을 열고 4월20일까지를 다시 1차 모금 기간으로 설정, 모두 10억원을 모아 5월께 북한에 의약품을 지원하기로 했다.

문제는 선포식이 아니라 올해도 의약분쟁이 계속될 것인가 여부.

캠페인을 알리는 보도자료에는 “보건의료 6개 단체가 앞으로 민족화해와 인도적대북지원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거창한 포부가 담겨있었지만 보건의료협력본부 관계자는 “갈등이야 또 생길 수도 있지만 그 와중에도 부디 계획대로 모금이이뤄져 북한 어린이를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피력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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