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30cm가 넘는 폭설이 내린 금강산에서 관광객들이 무릎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며 산을 오르고 있다./연합

미국 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은 2일 금강산 관광단지를 `은자의 나라와 요술 나라가 만나는 곳'이라고 묘사한 앤소니 파이욜라 기자의 금강산 관광기를 머리기사로 올렸다.

파이욜라 기자는 이 기행기사에서 금강산의 절경을 노래한 중국 송나라 시인 소동파(蘇東坡)의 "고려국에 태어나서 금강산을 한번 보면 여한이 없겠다(願生高麗國 日見金剛山)"는 싯구를 소개하기도 했으나 "절벽과 폭포마다 김일성 일가를 기리는 기념판과 기념비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면서 금강산의 풍광보다는 금강산 관광에서 겪은 `기이한' 일화 소개에 치중했다.

그는 "질문없죠? 좋습니다. 그럼 편히 즐기십시요"라는 제목을 단 이 기행기사에서 금강산이 지뢰와 미사일 부대로 중무장된 휴전선에서 자동차로 1시간거리임을 상기시키고 "여기선 긴장이 관광상품의 일부"라고 말하고 "편안하게 좋은 시간을 가지시라. 그러나 북한인 것은 사실이니 많이 다를 것"이라는 현대아산의 장환빈 투자유치 당당상무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파이욜라 기자는 금강산 관광지역을 `무지개 너머 냉전의 마지막 보루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곳'이라고 묘사하고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이 쉬어간 자리를 기념하는 기념비를 지키고 선 젊은 여성 경비원과 대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자연풍경이 좋은 곳에 이런 기념비가 필요하느냐고 묻자 그 경비원은 `위대한 지도자 김일성 장군은 우리나라의 아버지이며, 우리는 그분의 아들딸들이므로 그분과 관계된 모든 것을 존경해야 한다'고 열을 내고 `그 아내에 대해서도 그래야 하느냐'고 묻자 `그냥 아내라고 부르지 말고 호칭을 불러라. 어떻게 그분의 호칭도 모를 수 있느냐'고 흥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강산 관광단지 종사자들은 대부분 중국 조선족인 가운데 식당 2곳에선 무장하지 않은 북한인들(북한인 종업원)과 만날 수 있지만, 한 여종업원은 외국인들이 질문할 때마다 황급히 테이블에서 피했고, 다른 한 식당의 종업원은 김일성 배지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두터운 분을 바른 얼굴을 쳐들고 한손으로 그 배지를 부드럽게 감싸면서 `이것은 장식물이 아니니 상점에서 살 수 없는 것'이라고 선포하듯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와 함께 "관광객들이 주변 군사기지의 사진을 찍지 않도록, 그리고 일반 주민과 정치나 경제문제에 대해 대화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주의를 받는다"며 2년전 한 남한 여성 관광객이 "남한 생활수준이 북한보다 높다"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7일동안 잡혀있었다는 사례와 서울 주재 한 네덜란드 기자가 금강산의 풍경을 찍을 때 우연히 멀리 북한 군인 2명이 잡힌 것때문에 봉변을 당한 사례를 소개했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