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헐하다’는 주로 ‘싸다(cheap)’는 뜻으로 쓰입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헐하다’는 ‘힘이 들지 않아 어렵지 않다’(‘effortless’,‘easy’)라는 뜻이 먼저입니다.

남북한의 사전에서 ‘헐하다’를 찾아보아도 가장 먼저 설명하는 내용이 이처럼 다르게 나옵니다.

북한 사전에는 이런 예문이 소개돼 있습니다.

“큰일인데 너무 헐하게 생각하지 말게”(This is a very important event, so don’t take it lightly.)

북한에서는 친구에게 “너 오늘 맡은 작업이 헐했니?”(Was your workload light today?)라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에서 ‘싸다’라는 뜻으로는 주로 무슨 말을 쓸까요? 이때는 ‘눅다’라고 합니다. ‘싸다’라는 말도 북한 사전에 올라 있지만 일상 생활에서는 잘 쓰지 않습니다. 남한에서 ‘눅다’는 주로 ‘눅눅하다’(wet, damp)’와 비슷한 뜻으로 쓰이고, ‘싸다’는 뜻으로는 잘 쓰이지 않지만, 북한에서 ‘눅다’는 싸다(‘cheap’‘inexpensive’)라는 뜻이 먼저입니다. ‘헐하다’와 ‘눅다’는 남북한에서 함께 쓰는 말이지만 주요 의미가 서로 다른 경우입니다.

/마이카 애들러 기자 myca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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