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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기타 열기-첫 연습곡은 '로망스'
강철환  |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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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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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평양 학생소년궁전에서 과외시간에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기타 등 악기 연주를 배우고 있다.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악기는 기타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고등중학교 음악시간에 기타연주법을 가르치기도 한다. 손풍금(아코디언) 피리 등도 유행하지만 기타에 비하지는 못한다. 특히 손풍금은 가격이 너무 비싸 개인이 소지하기는 힘들다.

너도나도 기타 배우기를 원하다 보니 기타 고수들은 귀한 몸이 됐다. 이들에게 배우려면 최소한 술 담배 등은 들고 가야 한다.

기타 곡으로는 북한 노래보다 세계명곡들이 인기가 좋다. 초보들이 처음 배우게 되는 곡은 대개 ‘로망스’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이 곡의 이름도 모르고 선율을 배운다. 다음 단계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제가, ‘아드리느를 위한 발라드’, ‘라팔로마’ 등으로 나아간다. 이런 곡들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잘 치는가에 따라서 기타실력이 인정된다. 누가 이런 곡들을 하나 배워오기 바쁘게 다른 친구들에게 전파된다. 세계 명곡들은 음악전문가에게만 배포됐던 ‘세계명곡선집’ 악보가 은밀히 유통되면서 퍼지게 됐다.

1980년대 중반부터는 남한 노래들이 기타 반주곡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평양의 한 젊은이는 남한 노래를 전문적으로 수집하여 기타 곡으로 편곡해 친구들에게 유포시키다가 적발돼 국가안전보위부에 끌려가기도 했다. 기타 곡으로 유행했던 노래들은 ‘행복의 나라로 갈테야’ ‘사랑해’ ‘새벽기차’ ‘노란셔츠 입은 사나이’ ‘사랑의 미로’ 등이다. 북한노래로는 ‘이름 없는 영웅들’에 나오는 주제가가 그 중 인기가 있었다.

1985년까지만 해도 기타는 자본주의 잔재로 간주돼 환영받지 못하는 악기였다. 북한에서 음악을 전공했던 유지성(35ㆍ가명)씨는 “1985년경 기타를 널리 보급할 데 대한 김정일의 지시가 내려지면서 평양음악무용대학에 기타과가 처음 생겼다”고 말했다. 기타학과에서는 세계적인 명곡들을 배운다. 특히 전자기타를 연주하는 보천보전자악단의 노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기타에 대한 열기는 더욱 높아지게 됐다.

북한에서 사용되는 기타는 대부분 북한 내에서 만들어진다. 나무가 많이 나는 산골지방에는 기타를 만드는 악기공장도 있다. 개인이 만드는 경우도 있다. 손재간이 좋은 사람들이 만든 기타는 오히려 공장제품보다 비싸게 팔리기도 한다.

친구들 사이에 가장 좋은 선물은 기타다. 기타를 웬만큼 치는 사람들의 꿈은 일제 야마하 기타를 가지는 것이다. 이들이 평양에 출장 가거나 여행가는 사람이 있으면 제일 먼저 부탁하는 것이 기타 줄이다.

지방에는 기타줄 구하기가 매우 힘들다. 지방의 기타줄은 질이 좋지 않아 잘 끊어지기 때문에 평양악기공장 제품을 선호한다. 외화상점에서 파는 일제가 가장 좋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국산으로 만족해야 한다. 오락이 거의 없는 북한에서 기타는 젊은이들의 최고 취미생활이다.

강철환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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