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형직사범대학 러시아어 교수 출신인 정종남(69) 통일정책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이 최근 남한 사람에게 생소한 북한 어휘 2천개를 수록한 어휘집을 펴내 눈길을 끈다.
「남한 주민이 알아야 할 북한 어휘 2000개」라는 제목의 이 책에는 남한에서매우 생소하지만 현재 북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널리 쓰이고 ‘살아있는 대중 생활용어’가 용례까지 곁들어가면서 설명돼 있다.
특히 이 책에 수록된 어휘는 필자가 지난 91년 남한에 온 뒤 10년간 신문과 TV등을 통해, 또 남한 사람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하나하나 골라낸 것들인 만큼 남북한의 각종 교류와 접촉이 날로 활성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적지 않은 참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남북한 언어 동질성 회복 시리즈’ 제2편으로, 정씨는 지난해 10월 시리즈 제1편으로 「북한 주민이 알아야 할 남한 어휘 3300개」를 펴냈다.
정씨는 이 두 권의 책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남쪽에 와서 신문과 TV를 볼 때면 처음 듣는 말이 많았으나 그 내용을 대충 짐작으로 이해하고 넘어가곤 했다”면서“북한에서 40년 가까이 대학의 어학교수를 지낸 자신이 그럴진대 일반 북한 주민들은 말할 여지도 없을 것이며 이러다가는 영영 우리 민족의 언어마저 둘로 갈라지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책이 “국어전문가가 아닌 러시아어 교수의 손에서 만들어진 점을참고했으면 좋겠다”면서 “남북한 사람들의 화해와 협력을 도모하며 남북한 언어의이질화를 극복하고 동질성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좋은 길동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정씨는 지난 99년에도 북한 사람들에게 생소한 한자어 1천700여개를 소개한 책 「남북한 한자어 어떻게 다른가」를 펴내 학계와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함경남도 부전군 출생인 정씨는 6.25전쟁 후 평양사범대학(현 김형직사범대학)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모스크바 국립종합대학에서 러시아어 재교육 과정을 마쳤으며, 김형직사범대학 노어교수와 대학의 사범교육연구소 외국어교육 연구실장으로38년간 근무했다.
그는 현재 한국외국어대학 교육대학원과 통일교육원 강사, 한국교육개발원과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 자문교수, 한국 교육과정 평가원 자문연구위원 등도 맡고 있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