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층서 어린이까지 눈 치우기 일상생활화

2000년 12월 29일 아침 평양 창광거리에서 시민들이 밤새 내린 눈을 치우고 있다. 길가에 일정한 간격으로 내걸린 빨간 색의 현수막들이 인상적이다. /조선일보DB사진

서울의 폭설은 도시를 마비시킨다. 며칠이 지나도 곳곳에 치우지 않은 눈이 가득하다.

남한의 이런 풍경과는 달리 북한에서는 밤새 아무리 큰 눈이 와도 이튿날 오전 중이면 눈은 말끔히 치워진다. 북한 주민들에게 눈 치우는 일은 일상 생활처럼 돼 있다. 눈이 오면 보통 때보다 더 일찍 출근해서 직장 안팎의 눈을 치운다. 이때 지각하는 사람은 심한 눈총을 받는다.

집에 있는 부양가족(직업이 없는 사람)들은 인민반별로 모여 동네의 눈을 치운다. 눈을 치우는 데는 지위의 높고 낮음이 없다. 고위층 간부는 물론 학교의 어린 학생들까지 나서 거리를 말끔하게 정리한다. 특히 외국인이 많이 찾는 평양은 다른 지방도시보다 더 철저하게 관리된다.

북한주민들의 자발적 눈치우기 습관은 학교 때부터 길러진다. 눈이 많이 내리면 학생들은 방학중에도 비상연락망을 통해 선생님의 지시를 받아 한 사람도 빠짐없이 학교로 달려가 쌓인 눈을 치운다. 이런 일에 불성실하게 참가한 학생들은 생활총화 때 비판도 받는다.

눈오는 날 누구보다 먼저 김일성 동상이나 김일성혁명력사연구실에 달려가 눈을 열심히 치우는 사람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 충성심을 표현하기도 한다.

/강철환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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