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단위 숙제검열에 아침마다 달리기 출석

북한 청소년들도 방학이 오면 마음이 들뜬다. 시험을 마치고 한겨울동안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자유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겨울방학은 인민학교(우리의 초등학교ㆍ 4년제)와 고등중학교 3학년(남한의 중1에 해당)까지는 한달 보름정도, 고등중학교 3학년 이상은 한달이다. 대학생은 방학이 보름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북한의 청소년들은 방학이라고 해서 완전히 노는 것은 아니다. 1주일에 한번은 학교에 들러서 생활총화도 하고 방학숙제와 좋은일하기운동 과제물 진행상황 등을 검열 받는다.

방학생활은 대개 비슷하다. 지역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아침 6~7시 사이에 동네별로 학생들이 전부 모여 아침달리기를 한다. 여기서 반장이나 임시책임자가 출석을 부른다. 학생들은 온 동네가 떠나갈 듯 구호를 부르며 달리기를 하는데 ‘배움의 천리길’과 ‘광복의 천리길’을 앞뒷줄로 나누어 번갈아 소리치며 달린다. 그래서 방학이라고 해도 늦잠 잘 수는 없다.

구역(남한의 구에 해당)이나 동별로 학습반이 조직되는데 보통 6~7명이 한 반이 돼 매일 집집마다 돌아가면서 오전에 모여 방학숙제를 한다. 숙제는 과제물이 나오기도 하고 교과서의 내용 가운데 복습할 것을 선생님이 지적해 준다.

눈이 많이 내리는 날 학생들은 무조건 학교로 달려가 눈을 치워야 한다. 방학숙제 이외의 과제로는 파지와 파철 줍기가 있다. 지방에서는 토끼 기르기를 많이 하기 때문에 토끼 먹이 를 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이런 과제물을 끝내고 나면 자유시간을 즐길 수 있어 아이들의 마음은 들뜬다. 스케이트나 외발기(외날 썰매) 타기는 북한 청소년들의 가장 인기 있는 겨울 놀이이다. 외발기는 몇 명씩 짝을 지어 골 문을 만들어 하는 아이스하키 비슷한 게임인데 아이들이 한결같이 신나하는 놀이이다. 동네얼음판에는 이른 아침부터 남녀 학생들이 가득 몰려와 스케이트를 즐긴다.

지방학생들에 비해 잡다한 과제가 없는 평양 학생들은 더욱 놀 시간이 많다. 대동강이나 보통강이 얼어붙으면 학생들은 신바람이 난다. 눈이 많이 내린 날은 눈싸움을 즐기고 얼음판에서 팽이를 돌리는 학생들도 눈에 많이 띈다.

방학기간에는 평소에 갈 수 없는 여행을 떠날 수가 있다. 다른 곳에 살고 있는 친척들의 집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방학기간이다. 그러나 아무리 학생일지라도 학교담임선생이나 사로청지도원에게 여행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가 안나와 여행을 못 가는 학생도 있다.

식량난으로 어려워진 최근에는 많은 학생들은 놀기 보다는 장마당에 나가 장사를 하거나 살아가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집안일을 돕는데 방학기간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매일 학교에 등교하는 것 보다는 그래도 자유시간이 많은 방학이 학생들에게는 즐거운 시간이다.

/강철환 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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