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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어린이 학교생활- '북한 친구들이 그리워요'
이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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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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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수업 따라가기도 힘든데 왕따까지..."북한친구들 그리워요"

부모의 손에 이끌려 북한에서 남한으로 온 김현석(가명·16)군은 학교에서 친구들의 따돌림을 받아 전학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북한에서 공부를 잘 했던 김군은 남한에서도 금세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전학 온 '촌뜨기'가 공부도 잘하고 운동과 그림 실력도 뛰어나자 친구들이 텃세를 부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두명이 따돌렸지만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집단 ‘왕따’로 변했다. 급기야 같은 반 한명이 돌을 던지며 “거지같이 북한에서 온 자식”이라고 소리쳤다. 참지 못한 김군은 그와 한판 붙은 후 근처 학교로 옮겨갈 수밖에 없었다.

김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왜 남한으로 데려 왔는가고 부모를 원망하는 듯하다”고 걱정했다.

북한에서 온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북한 출신이라고 잘 밝히지 않는다. 대개는 왕따를 당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정도면 큰 문제가 없지만,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는 대부분의 탈북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우들보다 2∼3살 많은 늦깎이 초등학생으로 편입한 강철용(가명·15세)군은 어느 날 울먹이며 학교에서 돌아왔다. 씩씩거리며 '한국 놈들은 정이 떨어진다'고 내뱉았다.

사회 시간에 선생님이 “통일이 되었으면 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는데, 손 든 사람이 절반도 안됐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이유를 묻자 급우들은 “우리도 못사는데 북한과 통일되면 같이 못살게 된다” “경제가 어려워진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강군은 자신이 중국에서 왔다고 말해 왔기 때문에 교실에서는 끙끙대며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강군은 “북한에 있을 때 TV에서 남한사람들이 못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친구들은 한결같이 하루 빨리 통일되어 남한 사람들도 잘 살게 도와줘야 한다고 걱정했는데, 남한 친구들은 정반대”라고 말했다.

이수진(가명·13세)양은 6·25날 급우들이 반공 비디오를 보며 북한을 비난할 때 혼자 속앓이를 해야 했다. 이양도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해 전학했다.

북에서 온 어린이들은 남한 친구들의 용돈 씀씀이에 주눅이 든다. 특히 소풍이나 수학여행 때는 용돈을 조금이라도 더 타려다 부모에게 혼나기 일쑤다. 이곳 아이들의 생활을 잘 모르는 부모는 “얘가 남한에 오더니 못된 것만 배워서 씀씀이가 헤퍼졌다”고 나무란다는 것이다. 김정철(가명·14세)군은 “부모님들이 남한생활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들은 하루 종일 컴퓨터 채팅이나 TV, 비디오에 매달린다. 김정철군의 어머니는 “애가 남한에 오더니 집귀신이 다 되었다”고 했다.

김군은 인터넷으로 친구를 사귀면 북한 말투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자신이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도 모르기 때문에 한결 편하다고 했다.

정일우(가명·13세)군은 “나는 친구가 없다”면서 “북한에선 친구들이랑 같이 노는 것을 좋아했는데, 지금은 혼자 있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반 아이들이랑 어울려라”는 부모의 말은 “집에서 공부하라”는 말보다 더 듣기 싫다고 했다.

이주향(가명·12세)양은 “어차피 통일될 것인데 차라리 북한에 그냥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 판단력 없이 그저 부모 손에 이끌려 온 탈북 어린이들에게는 남한의 이악한 친구들보다는 북의 친구들이 그리울 뿐이다. 학교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기도 어려운 형편에 친구들의 따돌림마저 당해야 하는 이들의 마음에는 어른들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상처가 새겨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까지 남한에 입국한 초중고교 탈북청소년들의 정확한 숫자는 통일부에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 관계자는 말했다.

최근 가족 단위의 탈북이 급증하는 추세이며, 작년 말이후 1년 동안 들어 온 탈북청소년만 5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아 그 숫자가 적지 않아 보이고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영환 객원기자 unity21c@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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