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박정훈기자】 7년 5개월 만에 재개된 일본·북한 간 국교정상화 교섭은 5일 오전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양측 수석대표의 개막연설로 막을 올렸다. 당국 간 대화무대가 복원된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수교(수교)라는 최종 목적지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곳곳에 잠복한 장애물을 의식한 듯 첫날 회의에서 양측은 저마다 ‘결단’을 강조했다. 북한측 정태화(정태화) 수석대표는 “결단력을 기초로 한 솔직한 협의”를 주문했고, 일본측 다카노 고지로(고야행이랑) 수석대표도 “확고한 결단력으로 문제를 극복해가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결단이 요구되는 사안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일본인 납치의혹. 92년의 교섭 결렬이 ‘이은혜 문제’ 때문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성패를 좌우할 ‘치명적 이슈’다. 첫날 회의에서 일본은 ‘납치’라는 직접적 표현을 써가며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다만 일본정부로선 이 문제로 교섭 자체를 결렬시키지는 않겠다는 방침. 둘째, 미사일 등의 안보문제. 일본은 북한에 미사일 개발·생산·배치·수출의 자제를 요구할 계획이다. 첫날 회의에서 다카노 수석대표는 98년 7월 북한의 대포동 발사실험에 항의의 뜻을 표명했다. 작년 발생한 괴선박의 일본영해 침범사건도 거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 과거청산·보상문제. 양측은 역사규정부터 판이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2차대전 때 일·북이 교전당사자였다는 전제 아래 ‘전쟁배상’을 요구한다. 나아가 종전 후 혼란도 일본의 책임이라며 별도의 ‘전후보상’도 요구할 태세다. 반면 일본은 ‘교전관계’와 ‘전후책임’을 전면부인하며 ‘경제협력’의 형태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양측의 상이한 역사인식은 결국 보상금 규모로 연결될 전망이다. 양측 모두 공식적으로 액수를 언급한 일은 없으나, 일설엔 북한이 비공식적으로 300억달러를 요구했다는 얘기가 있다. 반면 일본은 65년 한일 청구권협상(유·무상 5억달러)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전제 아래 50억∼100억달러 정도를 생각 중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첫날 회의는 양측이 자기 입장을 일방적으로 표명한 뒤 상대방 진의를 탐색하는 선에서 마쳤다. 양측은 7일까지 회의를 열 예정이나 상견례 이상의 성과가 나오기는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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