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뛰르기예, 베트남→윁남, 멕시코→메히꼬, 미얀마→먄마


뛰르기예, 뽈스까, 마쟈르, 먄마, 윁남....

얼른 들어서는 무슨 소린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이들 단어는 터키, 폴란드, 헝가리, 미얀마, 베트남의 북한 식 명칭이다.

세계의 국명 표기는 남과 북이 크게 다르지 않다. 양쪽 다 현지음에 가깝게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국명은 우리가 잘 알아듣기 어려운 것들도 적지 않다. 바띠까노(바티칸), 로므니아(루마니아), 메히꼬(멕시코), 이슬란드(아이슬란드), 마로끄(모로코) 아랍추장국(아랍에미리트) 등은 그나마 유추가 가능한 국명들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8월 12일 남한 언론사 사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 수리아와 이란에 로켓(미사일)을 판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말한 수리아는 시리아의 북한 식 표현이다.

지명 표기도 예외는 아니다. 디마스크(다마스쿠스: 시리아), 쾨뻰하븐(코펜하겐: 덴마크), 까히라(카이로: 이집트), 타라불스(트리폴리: 리비아), 와르샤와(바르샤바: 폴란드) 등은 수도 이름이다.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는 ‘스리 쟈야와르데네푸라 코테’라는 얼른 외우기 어려운 이름이다.

이밖에도 얼루투열도(알류산열도), 바렌쯔해(베링해), 그뢴란섬(그린란드), 쉬카고우(시카고), 울라지보스또크(블라디보스토크), 씨비리(시베리아) 등 낯선 표현들이 속속 눈에 띈다.

북한은 1960년대 중반 평양말을 중심으로 한 문화어(우리의 표준어) 정책을 실시하면서 국명이나 지명 등 고유명사는 현지음에 가깝게 표기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1998년에는 이 원칙을 더욱 강화했다. 이에따라 독일은 도이췰란드, 화란은 네데를란드, 토이기(터키)는 뛰르기예, 애급은 에짚트, 오지리는 오스트리아로 각각 바꿨다. 또 호르바찌아(크로아티아)는 흐르바쯔까, 웽그리아(헝가리)는 마쟈르, 체르노고리아(세르비아)는 쯔르나고라로 고쳤다.

또 아세아가 아시아로, 구라파는 유럽으로 바뀌면서 조선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로, 유럽연합(EU)의 북한식 표현인 구라파동맹은 유럽동맹으로 각각 달라졌다. 또 대양주는 오세안주로, 북미는 북아메리카로 이름을 갈았다.
/김광인 기자 k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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